쫓겨나는 '자유북한방송'…잇단 폭파·살해 협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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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탈북자가 주축이 돼 지난달 20일 출범한 인터넷 라디오 '자유북한방송'(www.freenk.com)이 잇따른 폭파.살해 위협에 시달리다 사무실을 옮기게 됐다.

방송이 입주한 북한연구소(이사장 김창순) 측은 12일 "지난달 20일 첫 방송이 나간 뒤 정체를 알 수 없는 세력이 '일방적으로 북한 체제를 비방하지 말라'는 협박전화가 자주 걸려왔고, 지난달 27일에는 '민족반역자 처단을 위한 모임'이란 단체가 e-메일로 경고문을 보내오기도 했다"고 밝혔다. 또 연구소 측은 "최근엔 사무실까지 찾아와 행패를 부려 연구활동에 막대한 지장을 받았다"며 "방송국 측에 열흘 전 나가줄 것을 요구했다"고 밝혔다.

북한연구소는 1970년대 중앙정보부 산하기구로 출범했으나 곧바로 독립해 사단법인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

이에 대해 자유북한방송 김성민 대표는 "당초 무상으로 사무실을 빌려주는 등 협조적이던 북한연구소 측이 입장을 바꾼 것은 정부 측의 입김이 작용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북한연구소 신중선 사무국장은 "정부의 영향은 절대 받지 않았다"며 "이주를 요구한 것은 북한이 장관급 회담에서 자유북한방송의 중단을 요구한 지난 5일 이전"이라고 해명했다.

북한은 지난 4~7일 평양에서 열린 장관급회담에서 탈북자들의 인터넷 라디오 방송을 중단하라고 요구했으나 우리 측은 "불법 행위가 없다면 중단시킬 수 없다"고 반박했다.

방송 측은 오는 27일께 새 건물로 옮길 계획이다. 지난달 20일 개국한 자유북한방송은 서울 동대문구에 위치하고 있는 북한연구소의 건물 15평을 무상으로 임대받아 사용해 왔다.

이영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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