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지랖>임꺽정 '사면'과 홍명희 생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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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7면

고리백정 아시지요.버드나무 가지로 고리,즉 그릇을 만드는 백정 말입니다.소.돼지를 잡거나 그 고기를 파는 사람들뿐만 아니라 이런 고리백정도 있었지요.그 고리백정 딸년 봉단이가 숙부인이 되어 가마 타고 한양 가는 장면.얼마전 SBS 『임꺽정』을보신 분은 알겁니다.눈보라 치는 산하에서 붉은 피를 흘리며 죽어가는 한 사내의 못이룬 「반역의 눈동자」도 보았지요.
그러나 『임꺽정』의 원작자 홍명희는 여전히 허물어져 있었습니다.충북 괴산에 있는 그의 생가를 둘러보았지요.조선 최고 명문가로 1천여평에 이르는 이 집을 1919년 팔고 선산의 묘지기집으로 이사했습니다.그해 3.1만세운동을 주도했 다 집안이 거덜나서였지요.부친 홍범식은 1910년 국치를 당해 자결했고요.
그 순국지사 홍범식의 묘도 잡초에 휩싸여 반쯤 흘러내렸고….48년 평양에서 열린 남북조선 제정당 사회단체 대표자 연석회의에참석했던 홍명희가 거기에 눌러앉아버 린 것이 집안을 폐허로 만든 것이지요.그가 낳은 파란만장의 임꺽정은 지금 파란인데 홍명희는 우리 시대의 「레드」라인에 걸려 그냥 넘어져 있더라고요.
남북분단이 여전하듯.
□ 이경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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