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수대>仙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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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동양의 인삼이 유럽에 처음 소개된 것은 1610년이라고 기록돼 있지만 그 탁월한 효능에 감탄한 서양사람들이 인삼을 직접 재배하기 시작한 것은 그로부터 한세기가 지난 18세기초로 알려져 있다.18세기 중엽에 이르러서는 캐나다 몬트리 올지방을 중심으로 한 북미 동북부지역에서 인삼재배가 크게 붐을 이뤄 대중국수출로 큰 소득을 올렸다고도 한다.
하지만 서양의 인삼경기란 반짝경기일 수밖에 없었다.효능에 있어 동양인삼과 비교될 수 없었기 때문이다.기후.토질 등 천연적조건의 탓도 있었을 것이다.인삼산지로서 가장 적합한 조건을 지닌 곳은 세계를 통틀어 우리나라 전역과 중국의 만주,그리고 러시아의 연해주지역등 세 곳이라는게 정설이다.고구려시대의 영토가만주.연해주까지 뻗어있었음을 감안하면 고려시대에 들어선 이후 우리의 「고려인삼」이 인삼의 대명사처럼 불리기 시작한 것도 우연한 일은 아닐 것이다.
중국이나 18세기초 우리나라에서 생근(生根)과 종자를 얻어가재배를 시작한 일본은 오래도록 인삼을 「參」으로 표기해오고 있지만,조선왕조가 일찍부터 이를 엄격히 구별하기 위해 「蔘」으로표기하기 시작한 것도 우리 인삼의 자존심을 살 리기 위한 조치였던 것으로 보인다.
그같은 자존심 탓에 인삼의 효능을 과학적으로 입증하는 논문들이 잇따라 쏟아져 나오고 있음에도 한의.약학계는 전통적 본초학(本草學)의 이론적 효능을 크게 능가하지 못하는 것으로 간주한다.그만큼 인삼의 효능은 신비롭다는 것이다.예컨대 생약학(生藥學)이 제아무리 다양한 실험을 통해 인삼에 의한 인체 미세계통의 활성및 대사기능 항진을 입증해낸다 해도 결국은 한의학에서 말하는 인삼의 「대보원기(大補元氣)」개념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한다는 논리다.
아무리 신비롭다 해도 편협하며 폐쇄적인 논리가 아니냐는 지적도 있고,「한국인삼의 세계화」를 위해서는 현대 의.약학과의 접목이 필요하지 않겠느냐는 견해도 있다.때마침 제일제당과 서울대약학대교수팀이 약리효과가 뛰어나고 강력한 항암성 분을 지닌 새로운 가공인삼을 공동개발,미국.일본등 40개국에 물질특허를 출원했다고 한다.「선삼(仙蔘)」이라 명명된 이 인삼이 과연 「한국인삼의 세계화」에 기여할는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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