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으로 느끼는 침체경기-감원.부도등 주제 불황서 날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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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부도위험 알아내는 법』『도산은 언제 하면 좋은가』『은행수수료도 깎을 수 있다』『금융소득 종합과세 아예 면하는 방법』『회사인간의 흥망』등등.주름진 우리 경제를 그대로 보여주는 책들이서점가를 점령중이다.잘 나가는 회사,유망직종,큰 돈을 버는 투자방법등 미래지향적이면서 도전적인 내용은 일절 사절이다.대신 부도.감원 같은 우울한 소재,절세방법 같은 수세(守勢)적 재테크를 다룬다.이른바 불황서(不況書) 유행이 일기 시작한 것.
대표적 서적은 일본기업의 부도원인과 한국의 사례를 분석한 『이런 회사가 부도난다』는 제목의 책이다.현재 기업인들이 직면한가장 시급한 과제가 「거래처 도산으로 인한 피해를 막는 일」이라는 것.따라서 위험한 거래처를 식별하는 법을 알고 있으면 손실을 최소로 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이 책의 편저자 「향영 21세기 컨설팅」의 이정조(李定祚.43)사장은 지난해 도산한 1만4천여개 국내기업의 직접적 부도원인이 무리한 사업다각화(덕산그룹),비수익성 자산투자(영진건설)등 과욕과 경영오판이었다고 지적한다.『기업경영은 마라톤이다.』1백경주 선수처럼 앞뒤 가리지 않고 뛰다 보면 1백30지점에서고꾸라진다는 것이다.
후발 시중은행 팀장이 펴낸 『내 몸에 맞는 재테크』는 소비를줄이고 한푼이라도 아끼는 방법을 강조하고 있다는 점에서 재테크를 다룬 비슷한 부류의 책과 구분된다.30원 절약하는 방법(수표를 은행창구 대신 자동입출금기로 인출한다)부터 10만원 이상남기는 방법(자동차를 구입할 때 의무적으로 사는 공채를 사채업자에게 넘기지 않고 금융기관에 직접 판다)까지 알뜰생활전략이 소개된다.부부가 합친 이자소득이 4천만원을 넘을 때 적용되는 금융소득 종합과세를 무력화하는 방 법도 있다.조직축소와 감량경쟁의 움직임속에서 어쩔 수 없이 일자리를 잃게 되고마는 전통적「회사인간」의 운명을 조명한 책(『회사인간의 흥망』)도 시선을끌고 있다.감원과 명예퇴직의 위험속에서 전전긍긍하지 말고 20대 후반부터 아예 퇴직에 대비해 회사속에서 제2의 인생을 설계해 나가야 한다는 『脫회사인간』도 등장했다.

<박장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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