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미국선거자금-소프트머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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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우리처럼 정당의 돈이 후보의 돈이나 마찬가지인 상황에서 미국의 소프트머니 논란은 차라리 부럽기까지 하다.
미국 대통령후보는 예비선거 때까지는 자기 계좌로 기부금을 받을 수 있다.그러나 전당대회에서 당의 대통령후보로 지명되면 더이상 사적인 모금은 할 수 없다.
연방정부와 당이 한도를 정해주는 공영선거자금으로 꾸려나가야 한다.그렇다면 전당대회(대개 8,9월)이후 11월 대통령선거까지는 정치헌금이 거의 없어야 마땅하다.그런데 이 때야말로 모금행사가 가장 활발하다.소프트머니란 주머니가 따로 있기 때문이다. 소프트머니는 정치속어다.원래의 뜻은 「비(非)연방 선거자금계좌」다.연방선거 기부금과 주.카운티.시등의 선거 기부금은 엄격히 구분된다.그런데「연방선거법의 제한이나 규제를 받지 않는 돈」(소프트머니)들이 대통령후보 개인(연방용)을 위해 쓰이는게문제다. 중앙당.지구당에 들어가는 소프트 머니는 이를테면 「1타3매」다.기부금 한도가 없고 기부자 자격제한도 없는데다 대통령 후보를 「표나게」 밀 수 있는 수단이기 때문이다.민주당에 기부된 소프트머니가 민주당의 경비라는 명목으로 클린턴의 유세때쓰인다면 클린턴이 고맙게 생각하지 않을 까닭이 없다.
소프트머니는 정확히 집계하기도 어렵다.각당 전국위의 소프트머니는 연방선거위원회에 보고되지만 지역위의 그것은 보고대상도 아니기 때문이다.
94년엔 대통령 선거가 없었음에도 민주.공화 양당 전국위원회가 도합 8천7백50만달러의 소프트머니를 모았다.88년 대통령선거때 공화당은 「팀 100」이란 클럽을 만들어 회원들로부터 10만달러씩의 소프트머니를 받았다.부시대통령은 회원들중 여럿을대사로 임명했다.
민간 선거감시 단체들이 그간 법원 제소등으로 소프트머니를 없애려 했으나 연방차원에서 「비연방선거자금 계좌」 자체를 없앨 수는 없는 노릇이어서 관련 규정만 몇차례 강화됐을 뿐이다.
[워싱턴=길정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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