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틴틴 경제] '중국 쇼크'가 대체 뭔가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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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9면

▶ 원자바오 중국 총리가 지난달 28일 은행들에게 자동차 산업 같이 지나치게 투자하고 있는 산업에 돈을 꿔주지 않도록 하라고 밝혔다.

중국이 경제의 허리띠를 졸라매자 우리나라 경제가 크게 요동쳤어요. 주가는 크게 떨어지고 우리나라 돈의 가치도 급격히 하락했어요. 마치 중국이 재채기를 하니 우리는 감기에 걸린 셈이죠. 이를 '중국 쇼크'라고 하죠.

많은 사람이 중국 경제가 급격히 나빠지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어요. 겨우 회복 기미를 보이는 우리 경제가 함께 추락하지 않을까 걱정하는 거죠. 경제가 나빠지면 기업들이 사람 뽑기를 꺼리고, 부모님의 봉급도 깎일 가능성이 커져요. 그런데 왜 우리가 중국 경제가 잘못될까 걱정해야 하는 걸까요.

무엇보다 우리나라 경제가 이만큼 굴러가는 것은 중국 덕이 커요. 지난해부터 기업과 개인이 돈을 쓰지 않고 있거든요. 일부 대기업은 돈은 많이 버는데 투자할 곳이 마땅치 않다고 돈을 쌓아놓고 있고, 개인은 빚이 많아 쉽게 돈을 쓰지 못하고 있어요.

수출이 그나마 잘돼 경제를 받치고 있는데 이마저 안 되면 경제가 크게 나빠져요. 우리 제품이 중국에 가장 많이 수출되기 때문에 중국 경제가 나빠지면 우리 경제는 휘청거릴 수밖에 없습니다. 정부는 올해 경제성장률 목표를 5%대로 잡고 있는데 이는 중국 특수(特需)가 있어야 달성할 수 있어요.

산업자원부는 중국 경제성장률이 1% 하락하면 우리의 대(對) 중국 수출이 2.7% 하락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어요. 일본의 한 경제연구소는 중국의 경기가 급랭할 경우 한국이 경제적으로 가장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1992년 한국과 중국이 국교를 정상화한 이후 중국과의 무역은 빠르게 증가했어요. 그 전까지만 해도 사회주의 국가인 중국과는 국가 간 외교 관계를 맺지 않고, 대만하고만 관계를 맺어왔죠.

지난해 우리가 중국에 수출한 금액은 351억달러(약 42조원)로 전체 수출의 18.1%를 차지해요. 2002년까지 우리의 최대 수출처였던 미국(2003년 수출액 342억달러)을 밀어내고 중국이 제1의 수출 대상국으로 떠오른 거죠. 대 중국 수출은 올해 1분기에 110억달러어치에 달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0.7%나 늘었어요.

우리 기업이 가장 많이 투자하는 곳도 중국이에요. 우리나라는 지난해 해외 투자의 37.7%에 달하는 13억4000만달러를 중국에 투자했어요. 국내 기업의 중국 현지법인은 원자재를 국내에서 수입해 중국 투자는 곧 수출 증가로 이어지고 있어요.

중국 경제가 앞으로 안정적으로 성장할지, 또 국내 경제에는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지는 시각이 엇갈려요.

산업자원부는 중국이 20년 내에 국민소득을 네배로 늘린다는 목표를 세워 경제성장률을 낮추더라도 7% 이하로 떨어뜨리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어요. 우리 경제에 미치는 충격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죠.

중국은 세계 최고 수준의 저축률과 기업 투자, 풍부한 인력이 있어 성장 잠재력이 크다는 점도 들어요. 그동안 대규모 은행 부실과 부정부패, 빈부격차 등의 문제에도 고속 성장해 온 만큼 이런 걸림돌을 극복하면 내실있게 성장할 수 있다는 거죠.

한국무역협회는 중국이 경제의 고삐를 죄도 올해 우리의 중국 수출은 지난해보다 30%가량 늘어나는 등 호조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했어요.

반면 비관론자들은 성장의 속도를 조절하는 게 말처럼 쉽지 않다는 점을 지적해요. 중국 경기가 급격히 나빠져 세계 경제가 위축되고 이로 인해 수출 의존도가 높은 국내 기업들의 어려움이 가중될 것으로 보는 거죠.

중국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경제 성장의 속도를 조절하려고 애써 왔어요. 그럼에도 올해 1분기에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9.7% 성장하고, 물가도 2.3% 뛰자 지난달 28일 강력한 대책들을 내놓기 시작했어요. 이대로 가다가는 올해 목표로 했던 성장률(7%대)을 뛰어넘어 경기가 과열될 것으로 우려하는 거죠.

이에 따라 은행 등 금융회사가 철강.자동차.부동산 등 과열 업종에 새로 대출을 하지 말도록 했어요. 금리를 올릴 가능성도 열어놓고 있어요. 지금 경기를 진정시키지 않으면 물가가 급등하고 부동산 투기를 부추겨 나중에 조절할 수 없게 되지 않을까 우려하는 거죠. 자동차가 커브길을 돌 때 속도를 늦추지 않으면 뒤집힐 수 있듯이 경기도 너무 과열되면 걷잡을 수 없어지거든요.

정재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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