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디어로산다>남북전쟁터에서 경영을 배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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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미국 남북전쟁의 최대 격전지였던 게티즈버그가 요즘 미국 유수기업의 임원들로 붐비고 있다.위기상황에서 어떤 작전(기업전략)을 세우고 병사(직원)들을 어떻게 지휘했는지를 짚어 보면서 기업경영의 노하우를 한 수 배우기 위해서다.
이 프로그램을 만들어 운영하고 있는 사람은 퇴역장성 출신의 고든 설리번.최근 『희망은 대책이 아니다』는 책(타임스 북스.
25달러)을 펴낸 그는 현역시절 같이 근무했던 동료 두 명과 더불어 남북전쟁 당시의 전장을 돌며 이같은 연수프 로그램을 진행시키고 있다고 근착 포천지는 전한다.
이 연수프로그램에는 세계적 휴대폰 제조업체인 모토로라,미국 4위의 장거리전화회사 GTE등 20여개 회사가 참여하고 있다.
청바지로 유명한 리바이스사도 이 연수에 참여하고 있는데 이를 두고 포천지는 『리바이스가 자사의 정예부대를 전장 으로 급파하고 있다』고 표현했다.
격전지순회 프로그램은 기본적으로 요즘의 기업경영이 전쟁과 별로 다르지 않다는 인식에서 출발한다.10~20명의 기업임원을 한 팀으로 하는 이 프로그램은 전장을 직접 답사하는 것으로부터시작한다.현장에서 설리번은 당시 북군과 남군의 병력.화력.지형지물등 주변상황을 설명해 준 뒤 『당신이 사령관이었다면 난국을어떻게 뚫고 나갔겠느냐』고 임원들에게 묻는다.그는 또 당시 남군이 이런 작전으로 북군을 공격했는데 그 작전이 과연 적절한 것이었는가를 놓고 연수참여자들간에 자유토론을 유도하기도 한다.
이런 문답식.토론식 교육을 통해 위기상황에 대처하는 리더십을 기를 수 있다는 게 설리번의 설명이다.
설리번은 『전투에서의 정보는 「가장 중요한 실탄」이며 이는 기업경영에서도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말한다.그는 이같은 정보의중요성을 실제 전투의 예를 들어 설명한다.북군의 한 병사가 어느날 전장에서 종이에 싼 궐련 몇 개비를 주웠는 데 그 종이에는 이상한 메모가 적혀 있었다.바로 남군의 리장군측이 성안한 앤티텀에서의 작전계획이었다.우연히 입수한 엄청난 정보가 이 전투의 승패를 가른 결정적 요인이었다는 것이다.또 전쟁중 자동소총을 도입하는 문제를 놓고 남군이■ 북군 양쪽에서 모두 상당한반대가 있었는데 이것은 요즘 인터넷 활용방안을 놓고 기업들이 다소 주저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과 유사한 면이 많다고 설리번은말한다. 그는 전쟁에서의 사상자와 최근 기업들의 리엔지니어링(경영혁신)간에도 연관성이 있다고 설명한다.전사자가 발생하는 것이나 조직개편과정에서 주요인물들이 회사를 떠나는 것이나 모두 『조직은 끊임없이 변하게 마련』이라는 사실을 일깨워주고 있으며,전쟁이나 요즘 산업계에서나 언제 또다시 이런 「피」가 흐를지알 수 없다고 의미심장한 메시지를 던진다.
경영노하우를 얻기 위해 약 1백30년전의 전쟁을 케이스 스터디(사례탐구)하는 이 연수의 참가비용은 한 팀(10~20명)당하루 1만2천달러(약 1천만원)로 꽤 비싼 편이다.
〈심상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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