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분기 성장률 3%대, 3년 만에 최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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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기가 실물경제로 옮겨가며 경기가 빠르게 위축되고 있다. 올 3분기 경제성장률은 3%대로 추락했다. 2005년 이후 처음으로 4%를 밑돌았다. 또 체감 경기를 반영하는 실질 국내총소득(GDI) 성장률도 외환위기 이후 최악을 기록했다.

한국은행이 24일 발표한 ‘2008년 3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에 따르면 3분기 실질 GDP는 지난해 3분기 대비 3.9%, 전 분기에 비해서는 0.6% 성장하는 데 그쳤다. 내수 부진이 계속되는 데다 세계적인 경기 둔화로 수출마저 증가세가 꺾인 게 성장률을 끌어내렸다. 한은 이성태 총재는 최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감에서 내년 성장률을 3%대로 전망했다. 그러나 올 3분기에 이미 성장률이 3%대에 진입하면서 내년 경기가 예상보다 더 험난할 것을 예고했다. 국제신용평가사인 무디스는 내년 한국 성장률을 2.2%로 전망했다.

민간 소비는 전 분기보다 0.1% 늘어나는 데 그쳤고, 수출은 전 분기보다 1.8% 줄었다. 특히 수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8.1% 성장해 지난해 3분기 이후 처음으로 한 자릿수 증가를 기록했다. 제조업과 서비스업·건설업 등 모든 산업의 성장세가 둔화하며 성장률의 발목을 잡았다.

3분기 실질 GDI 성장률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2%가 줄었다.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 1분기(-8.7%) 이후 가장 나쁜 성적이다. 고유가로 무역 손실이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GDI가 마이너스로 돌아섰다는 것은 국민의 호주머니 사정이 뒷걸음치게 됐다는 의미다.

한은은 그러나 4분기에는 실질소득이 3분기보다 좋게 나올 것으로 예상했다. 한은 최춘신 경제통계국장은 “주가와 환율 급변동으로 소비심리가 위축된 반면 물가는 높은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어 실질소득 증가가 둔화됐다”며 “그러나 3분기 GDI에는 국제 원자재가격 하락분이 반영되지 않은 만큼 4분기에는 교역조건이 개선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현대경제연구원 유병규 경제연구본부장은 “3분기 GDP 조사는 지난달 미 리먼브러더스 파산 보호 신청 이후의 국제 금융 불안과 경기 침체를 제대로 반영하지 않았다”며 “오히려 예년보다 이른 추석 효과로 실제 경제상황보다 좋게 나왔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안혜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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