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 한국 ‘퓨전축구’ 파리아스 63승 성공시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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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프로축구 포항 스틸러스는 지난 주말(18일) 경남 FC를 4-3으로 꺾었다. 세르지오 파리아스(41·사진) 포항 감독에겐 특별한 1승이었다. 한국에 와 63승(41무37패, 정규리그+컵대회+포스트시즌)째였던 이날 승리로 파리아스 감독은 역대 최다승 외국인감독이 됐다. 지난 시즌 포항을 리그 챔피언으로 이끈 파리아스 감독의 성공스토리는 현재 진행형이다. 첫해(2005년) 6위를 시작으로 2006년 3위, 지난해 우승을 차지해 ‘90년대 명문’ 포항을 ‘21세기 명문’으로 자리 잡게 했다.

포항은 23일 현재 5위로, 6강 플레이오프 진출이 유력하다. 1990년대 황선홍·홍명보·라데·이동국 등 초호화 군단 포항은 2000년대 들어 ‘합리경영’을 이유로 스타들을 대폭 정리했다. 파리아스 감독의 성과는 그런 가운데 나왔다.

◆“전진하라” 브라질식 공격축구=최다승 외국인감독 종전기록(62승) 보유자 발레리 니폼니시 부천 SK(제주 유나이티드 전신) 전 감독의 ‘니포 축구’는 “지배하라”다. 니폼니시 감독은 상대 공격수를 맨투맨으로 막던 기존의 수비형 미드필더 대신 기술이 좋은 수비형 미드필더를 기용, 공격의 출발점으로 삼았다. 니포 축구를 넘어선 ‘파리아스 축구’는 “전진하라”다. 포항 주장 김기동은 “처음에는 백패스는 물론 횡패스도 못하게 했다. 한국선수들의 습관을 단시간에 고치려는 작전이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파리아스 감독은 “처음 본 한국축구는 공은 오래 갖고 있지만 공격적 움직임이 부족했다. 앞으로 패스하지 않고 어떻게 이길 수 있나”라고 되물었다. 요즘 포항은 전진하는 습관이 몸에 뱄다. 변화는 지난해 포스트시즌에서 분명히 드러났다. 양측 윙백을 공격에 적극 활용하는 전법도 새로웠다. 포항의 윙백 최효진·박원재는 그렇게 성장한 대표적인 선수다.

◆한국적 장점 가미한 퓨전축구=청국장까지 먹는 파리아스 감독은 팀 운영에서도 브라질식만 고집하지 않는다. 중요 경기를 앞뒀거나 팀 분위기가 가라앉으면 합숙훈련을 한다. 선수 간 위계질서도 존중한다. 코치보다도 주장의 목소리에 힘을 실어준다.

입지가 강화된 주장의 말에 팀은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치열한 주전경쟁도 빼놓을 수 없다. 훈련은 자유롭되 주전 선정은 잔인하다. 파리아스 감독은 홈·원정을 가리지 않고 출전 엔트리(17명)보다 1명 많은 18명을 라커룸까지 데리고 간 뒤 1명을 뺀다. 그 누구도 1명이 되지 않으려고 이를 악문다. 파리아스 감독은 “니폼니시 감독이 한국을 떠난 지 10년이 넘도록 명장 소리를 듣는 것처럼 나도 한국축구에 여운을 남기는 감독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장치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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