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출판화제>"섹스쓰기의 즐거움" 엘리자베스 베네딕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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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섹스 장면을 묘사하는데도 원칙이 있다.」 최근 미국에서는 프린스턴대학의 문예창작과 교수이자 소설가인 엘리자베스 베네딕트가 이런 내용을 담은 창작길잡이 『섹스쓰기의 즐거움』(The Joy of Writing Sex.Story Press刊)을 펴내 문단의 화제가 되고 있다.
그녀가 강의를 1년간이나 접어두고 이런 별난 책을 집필하게 된데는 기성 작가들의 무책임한 섹스묘사가 크게 작용했다.그녀는이 책을 통해 젊은 문학도들에게 섹스묘사에 따르는 사회적 책임감을 불어넣어주고 싶다고 밝혔다.
존 업다이크.조이스 캐럴 오츠.에드먼드 화이트.엘리스 워커 등 미국의 쟁쟁한 작가들의 작품이 구체적으로 분석된다.
그녀가 이 책에서 제시하는 섹스묘사의 원칙은 10가지.그중에서도 ▶섹스행위는 등장인물의 개성에서 크게 벗어나지 말아야 하며 ▶섹스는 누가 봐도 타당하다고 판단되는 상황에서만 이뤄져야하고 ▶섹스를 통해 섹스 이외의 다른 메시지를 전할 수 있어야한다는 등의 원칙이 눈길을 끈다.
또 섹스묘사는 섹스 기법을 가르쳐주는 게 아니다라는 대목도 귀담아 들을 만하다.
베네딕트교수는 본론에 앞서 「할머니는 뭐라고 생각할까」라는 장에서 첫 경험.결혼.간통및 무분별한 섹스행위등 다양한 이슈를건드리면서 문학도들에게 성에 대한 그릇된 관념부터 깰 것을 부탁한다.그러면서도 묘사에 있어 어느 정도의 선은 분명히 지켜야한다는 주문도 잊지 않는다.
첫 경험을 논한 부분이 특히 흥미를 끈다.
『첫 경험은 운전면허증을 따는 것에 비유할 수 있다.운전면허증을 가졌다고 해서 운전에 필요한 모든 사항을 다 알고 있다는의미는 아니다.단지 당신이 알지 못하는 모든 것을 직접 체험으로 알아도 좋다는 허가일 뿐이다.』 그녀는 정작 자신의 작품속섹스묘사에 대해서는 등장인물들의 개성이 담긴 언어를 살리지 못해 매끄럽지 못하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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