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영주양 베를린필하모니홀서 연주회 공연실황 앨범 출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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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지난 6일(현지시간)저녁 베를린필하모니홀은 음악과 함께 늦가을의 정취를 만끽하려는 청중들로 만원을 이뤘다.오슬로 필하모닉과 피츠버그심포니의 상임지휘를 맡고 있는 마리스 얀손스(53)가 객원지휘를 맡고 바이올리니스트 장영주(張永宙. 15)양이 협연하는 베를린필 정기연주회.
이날 공연실황중 시벨리우스의 『바이올린 협주곡 d단조』는 내년 7월께 EMI레이블로 전세계에 출시될 장양의 통산 6번째 앨범에 수록될 예정이어서 단원들도 여간 긴장하는 눈치가 아니었다.롯시니의 『알제리의 이탈리아인 서곡』,베를리오 즈의 『환상교향곡』과 함께 연주된 시벨리우스 협주곡은 이날 공연의 하이라이트로 손색이 없었다.
94년 베를린필하모니홀 데뷔공연에 이어 지난해 피렌체 공연에서 베를린필과 호흡을 맞춘 바 있고,공연실황 앨범도 샤를 뒤투아가 지휘하는 암스테르담 콘서트헤보의 랄로 『스페인 교향곡』에이어 두번째.이날 공연에는 장양이 소속된 매니지 먼트사인 ICM의 리 라몽 회장과 EMI 영국본사 임원들도 대거 참석했다.
핑크빛 원피스를 입고 무대에 등장한 장양은 실황 레코딩이라 처음에는 다소 긴장하는 편이었고 발자국 소리가 날까봐 마음껏 몸을 흔들지도 못했지만 자신감 넘치는 연주로 청중들을 열광시켰다.맨손 지휘로 오케스트라를 마치 떡 주무르듯 요 리하면서 시벨리우스에서 북구의 서정뿐 아니라 러시아적인 야성미마저 느끼게한 얀손스.여기에다 오케스트라의 음향을 뚫고 객석 구석구석까지파고 드는 위력 있는 볼륨을 자랑한 장양은 눈부신 기교자랑에 그치지 않고 깊이 있는 내면의 울림 까지 곁들여 지휘자.단원.
청중 모두를 매료했다.
연주가 끝나자 여기저기서 카메라 플래시가 터졌고 세번의 커튼콜 후 오케스트라 악장의 신호로 단원들이 휴식을 위해 일제히 퇴장했지만 환호와 박수소리는 끊이지 않았다.그러자 장양이 텅빈무대에 혼자 등장해 청중들에게 답례인사를 보내 눈길을 끌었다.
장양은 연주효과를 의식한 나머지 비브라토를 지나치게 구사해 몇번 음정이 흔들렸고 2악장에서 감정표현이 다소 경직된 감이 있었지만 시벨리우스 특유의 「변덕스런」 표정들을 잘 살려 냈다.
연주가 끝나고 기자와 만난 지휘자 얀손스는 장양의 연주에 대해 『원더풀』을 연발하면서 『가까운 시일내에 다시 협연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베를린=이장직 음악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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