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쟁>서울시 새청사 이전건립 해야하나-지금 자리가 최적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서울시 신청사를 어디에 짓느냐는 문제는 서울시장이나 직원뿐 아니라 1천여만 서울 시민의 가장 큰 관심사가 아닐 수 없다.
민선시장이 취임하기전 전임 시장은 현청사를 헐고 그 자리에 신청사를 짓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그러나 신임 조순(趙淳)시장이 취임하자 이러한 결정을 백지화하고 다른 지역을 선정해 시청을 짓겠다고 발표했다.
자문위원회에서 발표한 서울 신청사 부지로는 동대문운동장.뚝섬.보라매공원.용산.여의도광장을 포함해 5개 지역이다.
솔직히 우리 시민은 왜,어떤 과정을 거쳐 전임시장의 결정이 폐지됐는지 내막을 모르고 있다.
전임시장이 현청사부지를 그대로 이용한다고 결정내렸을 때는 그나름대로 이유와 명분이 있었을 것이다.알려진 바로는 그때도 수억원의 용역을 줘 검토시킨 결과 현재의 자리가 그래도 제일 낫다는 결론을 얻었기 때문이다.그런데 시장이 바뀌 었다고 하루아침에 전임자의 결정을 뒤집는다면 다음 시장 역시 趙시장의 번복을 또다시 뒤집을 수 있는 것이다.
필자는 현위치의 청사를 헐어내고 그 자리에 신청사를 건립해야된다는 주장을 하고 싶다.
서울은 본래 4대문안을 중심으로 자리잡았다.조선왕조가 1394년 천도한 이후 6백년의 역사를 가진 도시답게 신청사의 위치는 서울의 정통성이 있어야 한다.지명도와 인지도.역사성에서도 당연하며 또한 현위치는 교통적으로 보아 시내 중심 권에 있고 사통팔달로 시민의 접근이 용이한 때문이다.
건축규모 문제도 趙시장은 현재의 부지가 좁다고 하는데 청사가반드시 크다고 좋은 것은 아니다.
최근 서울시 자료에 의하면 시 자체가 안고 있는 부채규모는 96년말 약5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이러한 재정적 적자를 안고 있는 서울시가 굳이 큰 청사를 고집하는 이유를 모르겠다.전임시장은 일본의 도쿄(東京)도청사를 보고 현부지로도 충분히 건물을 지을 수 있다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알고 있다.
수만평의 거대한 대지위에 비대한 시청사를 지어 서울시의 위상을높인다는 발상은 납득할 수 없다.세금을 납부해야 할 시민의 주머니 속사정도 생각해봐야 한다.규모 가 작아도 보다 시민에게 친근하고 시민 중심의 질 높은 행정을 펼 수 있는 그런 건물이라면 서울시민 누구에게나 사랑받을 것이다.
앞으로 첨단사무기기 자동화와 정보기기 사용이 증가할수록 시청직원의 수요는 반비례될 것으로 기대된다.
큰 건물로 인한 에너지낭비는 물론 관리비의 엄청난 부담을 솔직히 시민은 원하고 있지 않다.정책순위로 봐도 크고 번듯한 건물을 짓는 일보다 교통지옥의 서울을 조금이라도 해결하는 것이 더 급하다.
서울시의 주인은 관계직원이나 시청사가 아니라 서울시민임을 자각해야 되며 청사건립을 위한 모든 재원은 시민의 주머니로부터 나온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21세기를 맞이해 선진화.국제화.세계화의 구호만 외칠게 아니라 우리 공직자들도 정책결정에 앞서 시민의 일원으로서 납세자의작은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새로 건립되는 신청사는 작지만 아름답고 가장 한국적이면서도 시민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한 시민 중심의 신청사가 건립되기를 바란다. 文寬燮 〈서울토박이회 부회장〉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