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이어 일본 신문도 ‘사이즈’ 줄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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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의 기존 대형 판형(밑)과 타블로이드판 ‘닛케이베리타스’(위).

일본 주요 신문들이 미국·유럽 등 선진국의 추세인 판형 줄이기에 가세하고 있다. 중소형 판형은 가독성과 휴대성을 높이는 장점을 갖고 있다. 또 뉴스 전달이란 언론의 책무를 강화하기 위해 협력 체제도 확대하고 있다. 미국 뉴욕 타임스(NYT)도 비용 절감을 위해 섹션을 줄이는 등 지면 개혁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판형 줄이기=일본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와 후지산케이(孵뵨産經)가 앞장서고 있다. 니혼게이자이는 3월 16일부터 평일에 발행하는 닛케이금융신문을 토요일자로 발행하면서 기존 대형 판형을 타블로이드로 변경했다. 신문의 제호도 ‘닛케이 베리타스’로 바꿔 달았다. 변화된 외양과 함께 편집 내용도 새로워졌다.

닛케이 베리타스 관계자는 “독자들이 주말에 재테크와 글로벌 경제의 동향을 여유 있게 챙겨볼 수 있도록 발행일자를 토요일로 돌렸다”고 말했다. 일본에서 주요 신문이 타블로이드판으로 발행되는 것은 처음이어서 초기에는 독자들이 낯설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가독성과 휴대성이 뛰어나고 편집이 새로워졌다는 평가를 받으면서 긍정적인 반응이 확대되고 있다.

이에 자극받은 후지산케이 언론그룹도 종전에 대형 판형으로 인쇄하던 ‘후지산케이 비즈니스 i’를 이달 1일부터 48면 체제의 타블로이드 판형으로 바꿨다. 일본에서는 이례적으로 전면 컬러로 인쇄하고 그래프와 데이터도 풍부하게 사용하고 있다. 매주 월~토요일 6일간 발행하는 이 신문은 ‘사람·상품·돈의 모든 움직임을 보여 주는 경제신문’이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세우고 있다. 글로벌 뉴스를 강화하기 위해 미국 경제 전문 통신인 블룸버그와 제휴해 ‘글로벌 파이낸스’12개 면을 통해 국제경제 뉴스를 집중 전달하고 있다.

◆신문 인쇄 협약=아사히(朝日)·요미우리(讀賣)·니혼게이자이 등 일본 3개 주요 신문은 비상사태가 발생하면 신문을 서로 찍어주기로 했다. 평소 경쟁관계에 있지만 대형 지진 등으로 대규모 시스템 장애가 발생해도 독자들에게 뉴스를 전달하기 위해 서로 협력하는 체제를 확립하자는 취지다. 니혼게이자이 관계자는 “보도기관의 책무를 수행한다는 차원에서 비상사태가 발생하면 3개 협력사가 서로 인쇄를 대행해 주는 방식”이라고 말했다. 또 아사히와 요미우리는 인쇄 비용 절감 등을 위해 인근 인쇄공장에서 서로 위탁 인쇄를 하기로 했다.

◆NYT의 지면 개혁=NYT는 섹션 축소 등 비용 절감을 위한 지면 개혁에 힘쓰고 있다. 지난 7일(현지시간)부터 그동안 별도로 만들어 왔던 메트로 및 스포츠 섹션을 각각 본판과 비즈니스 섹션에 포함시켜 제작하기 시작했다.

NYT는 “지난 수년간 신문사들의 경영상황이 악화돼 지면 크기 및 페이지 수 축소 등 각종 방법을 통해 비용 절감 노력을 해왔다”며 “이번 섹션 축소도 인건비 절감을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매일 4개 섹션 이상을 발행해 온 NYT는 이번 조치로 두 번으로 나눠 인쇄하던 신문을 한 번에 인쇄할 수 있게 돼 연간 수백만 달러 이상을 아끼게 됐다.

NYT는 “조사 결과 독자들은 기사 위치보다는 내용에 더 신경을 쓰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섹션은 줄지만 뉴스에 할애되던 지면 수는 똑같아 기사의 양과 질은 변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뉴욕·도쿄=남정호·김동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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