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나둥그러진 곰 "株價는 꼭 올아야만 하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5면

『주가는 항상 올라야 하는가.』 서울여의도 증권거래소 신관로비에는 「황소뿔에 받혀 나둥그러진 곰」조각이 눈길을 끈다.
주가상승을 상징하는 황소가 주가하락을 의미하는 곰을 넉다운시키는 장면이다.주가는 반드시 올라야 하는 한국 증시투자자들의 심성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는 셈이다.
역설적으로 주가가 떨어지면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는 심리와도 통한다.그러기 에 배당은 처음부터 관심이 없다.
콧김을 품어내는 황소와 발톱을 세우는 곰의 팽팽한 맞대결은 국제증권시장의 전통적인 풍습도다.프랑크푸르트 증권거래소앞에 있는 「황소와 곰」조각도 바로 그런 예다.
우린 그게 아니다.주가는 올라야 되고 그래야 정부도,투자자도정상이라 고 여기는 풍토임을 여의도 조각은 상징하고 있는 것이다. 실물경제의 거울로 비유되는 주식시장이 경기의 흐름처럼 오르내림을 반복하는 것은 어떤 의미에서 자연스럽다.「산이 높으면골짜기도 깊다」는 투자격언도 그래서 나왔을성싶다.그러나 한 시점을 놓고 보면 산에서나 골짜기에서나 낙관적인 의견 과 비관적인 의견이 팽팽히 맞서는 것을 볼 수 있다.
투자행태 역시 한국인과 외국인은 거꾸로 사는 현상을 보인다.
외국인들은 92년 개방이후 지난해까지 무려 8조원이상 국내주식을 사들였다.
흥미로운 사실은 종합주가지수가 16.8% 상승한 94년의 순매수가 전년보다 무려 3조4천억원이 나 줄어든 반면 도리어 지수가 12.8% 떨어진 지난해에는 순매수가 4천억원 늘어났다.
금년의 침체속에서도 이들은 여전히 사들인다.주가가 떨어지는 것이야말로 이들에게는 또다른 기회인 셈이다.
이를 뒤집어보면 내국인 투자자들이 그만큼 팔았다는 이야기다.
즉 오를때 사고 내릴때 던졌음을 뜻한다.
시장에는 투자기간,원하는의 순매수가 전년보다 무려 3조4천억원이나 줄어든 반면 도리어 지수가 12.8% 떨어진 지난해에는순매수가 4천억원이 늘어났다.
금년의 침체속에서도 이들은 여전히 사들인다.주가가 떨어지는 것이야말로 이들에게 는 또다른 기회인 셈이다.
이를 뒤집어보면 내국인 투자자들이 그만큼 팔았다는 이야기다.
즉 오를때 사고 내릴때 던졌음을 뜻한다.
시장에는 투자기간,원하는 수익률,감당할 수 있는 위험수준등이투자자들마다 다르련만 우린 오직 한방향으로 움직인다.팔 때는 모두 팔고 살 때는 모두 사는 경향이 그것이다.「거꾸로」보고 기회를 발견하는 사람들이 거의 없다.
지난 10월을 보면 개인들이 9월에 이어 모처럼 1천6백억원의 순매수를 기록했다.외국인들 역시 한도확대에 힘입어 6천4백억원어치 순매수했다.여기에 찬물을 끼얹은 것은 국내기관들이었다.지난 수년간 매도로 일관하고 있는 증권회사는 그 렇다 치더라도 올해 들어 매도강도를 높이고 있는 은행,그동안 비교적 안정된 매수세였던 보험까지 합세했다.특히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연.기금이다.
투자기간이 길기 때문에 외국에서는 가장 안정된 기관투자가로 통하는 연.기금이 기금운용위원회.감사원,게다가 피동적인 운용담당자들의 「주가의 움직임 자체를 인정치 않는」무지 때문에 있으나마나 한 존재로 전락했다는 지적이다.
황소와 곰의 팽팽한 맞대결이야말로 증시발전의 발판임을 잘 알고 있을 기관투자가들이 오히려 원론에 거꾸로 가는 투자행태를 계속하고 있는 것이다.
권성철 전문위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