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학이다""한국학이다" 학자들 난상토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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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국학인가,한국학인가.세계화 시대에 한국학은 계속 필요한가.
깊어가는 이 가을,내로라하는 한국학 관련 학자들이 대거 모여모처럼 진지한 토론을 벌였다.
중앙일보사 후원으로 지난 1~2일 안동대 국학부가 안동대 문화관에서 개최한 제1회 한국학 국제학술회의(주제:21세기 우리국학의 방향과 과제)에 참석한 학자들은 「수입학」「옹고집쟁이」등 자극적인 용어까지 써가면서 국학을 바라보는 다른 시각들을 충돌시켰다.
국학은 19세기말 20세기초 동아시아 지역에서 서구문화의 위협에 대한 대항으로 생겨난 분야.우리에게도 국학은 한국인과 한국인의 지식체계및 행위문법을 연구하는 분야로 돼있다.
서양의 문화충격으로부터 벗어나고자 하는 방어적 태도가 깔려있다.그런 만큼 토론에서 인제대 김열규교수의 지적처럼 국학에는 「민속주의」「민족주의」「쇼비니즘」「에스토센트리시즘(자민족중심주의)」이 구분되지 않고 혼재되고 있는 것이 사실.
이번 학술대회에선 『70년대 중반 이후 경제개발로 인한 정신적 혼돈과 방황을 해소하고 「한국인의 정신」을 세우기 위해』라는 식으로 국학의 존재의의를 찾는 경우도 없지 않았다.
그러나 이 주장은 신랄하게 비판받았다.일본의 이토(伊藤亞人)도쿄대 문학부 교수는 『한국인으로서 어떤 역할을 찾자는 것이냐』며 학문의 배타성에 의문을 제기했고,김열규교수의 『지금까지 국학은 가부장제.권위주의 사회와 맞물려 권력지향적 인 성격을 띠었다』는 지적은 통렬하게 받아들여지는 분위기였다.
이런 비판 속에서 연구영역과 방법론에서 폐쇄적인 국학 대신 보다 포괄적이고 객관적인 지역연구로서의 한국학이라는 개념이 적합하다는게 대체적인 견해였다.
김문환 한국문화정책개발원장은 국학의 세계화.객관화.보편화를 위해,김열규교수는 권력중심이 아니라 민주주의적 국학정착을 위해한국학이라는 용어가 적합하다고 주장했다.많은 참석자들은 『담만있고 문은 없다』며 기존 국학의 집단이기주의적 연구태도를 비판하면서 자신들만 읽을 수 있는 난해한 글쓰기를 지양(止揚),대중화할 것을 주장했다.
특히 국학을 새롭게 중흥하겠다는 구상속에 거대이론을 세우기 위한 지배적 발상이 엿보인다는 암시를 던진 조혜정(연세대)교수의 지적은 향후 계속될 한국학대회가 경계해야 할 대목으로 받아들여졌다.
안동=김창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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