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칼럼>캠페인性司正은 안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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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사정 태풍이 전국에 회오리치고 있다.「지도층 비리 2백여건의자료가 수집됐다」거나 「공직자 40여건 60여명에 대해 구체적인 혐의가 포착됐다」는등 그럴듯한 얘기가 매일매일 태풍의 눈이되고 있다.
사실 최근 수사기관에 의해 드러난 현상만을 놓고 보면 「사정강조주간」이라도 정해 사회 각 분야의 부정과 부패를 도려내야 할 필요성은 충분하다.
이양호(李養鎬)전국방장관의 파렴치한 범죄가 아직도 지도층에 횡행하고 있는 고질적인 부정의 한자락을 노출했다.서울 시내버스비리를 둘러싼 업자들의 탐욕과 뇌물을 매개로 한 공무원들의 야합이 국민들 모두를 피해 당사자로 만들면서 충격 을 주었다.이과정에서 밝혀진 구청과 경찰.세무서등 일선 민원부서에 의한 비리는 「부패.비리공화국」의 현주소를 잘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분위기에서 신분이나 지위고하를 불문하고 사정을 강도높게 진행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것은 당연한 귀결이다.김영삼(金泳三)대통령도 『취임 당시의 초심(初心)으로 돌아가 부정부패를 척결하겠다』고 재삼 강조했다.
이 시점에 사정을 현장에서 뒷받침해야 하는 검찰에 세상의 눈과 귀가 쏠리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런데 검찰의 속사정을 자세히 들여다 보면 사정작업을 효율적으로 수행할 수 있을지 의심을 갖게 하는 대목이 한두군데가 아니다. 검찰 고위간부는 『현재 벌이고 있는 일련의 검찰수사를 사정으로 표현하는 것은 적당치 않다.부정부패 척결이라고 해달라.이같은 수사는 대통령의 임기말,나아가 그후에도 계속될 작업이다』고 서둘러 입장을 밝혔다.통상적인 수사를 사정으로 받아들이는데 대한 부담감과 고민이 배어있다.물론 범죄가 드러나면 언제라도 캐내야 하는 수사기관의 속성상 이는 맞는 말이다.그러나 상명하달(上命下達)식 사정의지를 곧 검찰수사 활성화로 간주하는세론은 지금까지의 검찰의 행태가 만들어 낸 자업자득의 측면이 있다.검찰이 그동안 자체 인지(認知)하거나 일반의 의혹을 산 모든 범죄를 오로지 수사논리로만 처리했는지 여부를 되돌아보면 이러한 분석은 설득력을 갖는다.또 구석구석에 번져있는 부정.부패를 검찰이 지속적으로 해결 했다면 특정 사건이 계기가 돼 허겁지겁 검찰이 뛰어드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이번에도 검찰은 당분간 호주머니속에서 동전 꺼내듯 그동안 내사등을 통해 축적한 자료를 활용해 사정 분위기에 걸맞은 수사결과를 내놓을 것으로 추측하는 사람들이 많다.따라서 이번에는 철저한 수사를 벌여 제2.제3의 캠페인성 수사가 필 요하다는 얘기가 나오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김석기 사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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