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기가시대의 반도체산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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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한국 반도체산업에 낭보(朗報)가 자주 들린다.엊그저께는 세계시장에서 반도체가격이 점차 회복된다는 소식이 들리더니 이번에는한국이 세계 최초로 1기가D램을 개발했다는 소식이 들린다.어느덧 한국 최대의 수출산업이 된 반도체산업은 1기 가D램의 개발성공을 계기로 재약진의 바탕을 마련해야할 사명을 안게 됐다.
삼성전자가 개발한 1기가D램은 용량(容量)에서 256메가D램의 4배가 된다.이로써 1백만배(메가)용량의 시대에서 10억배(기가)용량의 시대로 접어드는 계기가 마련됐다.10억배 용량의반도체는 컴퓨터및 멀티미디어에서의 동(動)영상처 리를 가능케 한다.아울러 음성은 물론,사람의 감성까지 저장할 수 있는 기술진전이 가능하다.
한국은 92년 64메가D램의 개발때부터 세계 최초 개발자의 칭호를 들었다.이번 1기가개발에서도 한국의 선두위치가 재확인됐다.기술은 곧 번영으로 연결된다.2002년 1기가반도체의 세계시장 규모는 8백억달러로 예상된다.한국이 이 시장 의 주도권을잡을 것은 틀림없다.
그러나 한국 반도체산업은 이런 경사에도 불구하고 앞길이 험하다.우선 수차 지적된 바와같이 거의 메모리에만 의존하는 현재의반도체산업구조를 비(非)메모리분야로 확대하는 과제가 남아 있다.아울러 16메가에서 64메가로 주력시장이 바뀌 는데 따른 일본과의 격심한 경쟁에 효과적으로 대처하는 문제,대만 등 후발국과의 투자경쟁 등도 여간한 난제가 아닐 것이다.하드웨어 분야의기술력제고를 위해 선진국기술과 원활한 제휴를 맺는 일도 당면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반도체 제조업에 대한 선진국의 규제완화요구는 점차 거세지고 있다.세계시장에서의 가격하락을 극복하는 고효율체제로의 전환도 힘들고,선진기술과의 경쟁우위를 고수하기도 어렵다.과연 이 난제들을 어떻게 풀 것인가.그 힘의 기본은 지금처럼 차세대 기술을계속 선점해나가는데 있다.일본이 우위를 선언한 4기가에 도전할채비를 차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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