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국내 여자프로골퍼 '땅콩' 김미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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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지난달 31일 오전 인하대부속병원 1104호 병실.
어깨까지 내려오는 생머리를 단정하게 땋아 손수건으로 예쁘게 단장한 「땅콩」김미현(19.사진)이 한손으로는 배를 감싼채 한손을 연신 휘두르고 있다.
맹장수술을 한뒤 6일째.이따금씩 얼굴을 잔뜩 찡그리면서도 동작을 멈추지 않았다.『며칠동안 연습을 못해서요.』 충무초등학교6년인 12세때 골프를 시작해 처음으로 맞는 「예상치 않은」최장기간의 휴식이지만 하루라도 연습하지 않으면 왠지 불안하단다.
155㎝로 국내 여자프로중 최단신이지만 옹골찬 몸매를 지녀 「땅콩」이란 별명을 얻었다.올시즌 3 관왕(미도파오픈.유공인비테이셔널.한국여자오픈)에 올라 박세리에 이어 상금랭킹 2위(1억5천4백19만3천6백78원)가 됐다.명실상부한 2인자다.
김미현은 부산진여고 3년때인 지난 94년 톰보이오픈에서 프로들을 제치고 우승,두각을 나타내기 시작,1년만에 성큼 스타가 돼버렸다.맹장수술을 위해 병원을 찾자 의사들이 진찰보다 사인을해달라고 몰려드는 바람에 한바탕 소동을 벌였을 정도다.
김의 강점은 무서울 정도로 강한 정신력이다.
지난달 23~25일 한양CC에서 벌어진 한국여자오픈골프대회.
김은 대회 첫날부터 배에 통증을 느꼈다.단순한 배탈 정도로만생각했다.
소화제 몇알로 버텼다.그러나 통증은 갈수록 심했다.마지막날에는 걷기도 힘들었다.손으로 배를 움켜쥐고 참았다.맹장이었다.
『샷을 할때는 통증을 못느꼈어요.』그만큼 집중력이 높았던 것. 겨울을 맞는 김미현의 가슴은 벅차다.그동안 미비했던 부분을보완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이 있기 때문이다.
『올해는 제가 세리에게 졌어요.』내년에는 기필코 세리를 꺾고1인자가 되겠다는 각오가 말 한마디 한마디마다 맺혀 있었다.『기량 차이는 없다고 봐요.단지 연습량의 차이죠.』 12월초 미국 샌디에이고로 전지훈련을 떠난다.기간은 약 3개월.드라이버샷은 별문제가 없다.평균비거리 2백30여.국내선수중에서는 장타자축에 속한다.때문에 숏게임 훈련에 주력할 계획이다.어프로치샷의정확도를 높이겠다는 것.
『세리를 의식하지 않느냐는 질문을 많이 받아요.그렇지만 사실전혀 의식하지 않아요.아마시절부터 같이 경쟁을 해왔기 때문에 다른 선배프로들보다 오히려 마음이 편해요.』 김은 생각도 실속파다.지난 4월 용인대 1학년을 중퇴하고 일찌감치 프로로 전향했다.돈 때문이라는 주위의 달갑지 않은 시선도 있었다.
『대학은 다녀서 뭐하겠어요.연습하느라 공부할 시간도 없는데…어차피 프로가 될거라면 빨리 적응하는게 낫죠.』김은 최근 몇몇기업체로부터 계약체결제의가 쇄도하고 있다.그중에는 박세리를 30억원씩 주고 지원하는 삼성도 있다.그러나 아직 결정하지는 않았다. 『외국진출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생각해보지 않았어요.국내에서 2,3년 더 뛴뒤 그때가서 생각해보겠어요.』 그녀의 대답은 그녀의 샷 만큼이나 당당하고 깔끔했다.
김종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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