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병원 藥禍 위험여전-경영난 이유 약사 확보율 60%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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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지난달말 1백여명의 어린이에게 감기약 대신 진정제를 먹인 약화(藥禍)사고로 곤욕을 치른 서울 S병원 약제실.
지난달 29일 오전 3명의 약사와 같은 복장을 한 비(非)약사 7~8명이 점심식사 직전 한꺼번에 몰려든 3백여장의 처방전(處方箋)과 씨름하느라 진땀을 흘리고 있었다.
조제용 탁자 위에는 20종의 약을 담은 약사발 20개와 저울,그리고 20~30개씩 포개놓아 금세 쓰러져 섞여버릴 것같은 약봉지들이 수북이 쌓여있었다.
식사도 거른채 조제하던 한 약사는 『어제 3백40장의 처방전을 처리했는데 일이 몰릴 때는 가끔 헛것까지 보이는 실정』이라며 『법정 인원(12명)의 3분의1인 4명의 약사가 과중한 업무에 시달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 병원은 사고 당일 오전에도 8백50명의 환자가 몰려 과중한 업무로 오투약(誤投藥)사고가 일어났던 것으로 알려졌다.
2일 본사 취재진이 확인한 결과 서울대병원등 국내 대부분의 초일류 병원도 법정 인원에 훨씬 못미치는 60%대의 약사 확보율을 보여 이같은 오투약 사고는 쉽게 일어날 수 있는 것으로 조사돼 충격을 주고 있다.
병원측은 경영난등을 이유로 적정 약사 확보를 꺼리고 약사들도격무로 이어지는 병원 근무를 기피하는 바람에 어처구니 없는 약화 사고가 우려되는 것이다.
실제 서울S병원의 경우 최근 칼슘제제를 복용해야 할 환자에게고혈압 치료제를 건네 말썽이 났었다.
다행히 사흘만에 오투약 사실을 밝혀낸 병원측이 환자에게 연락해 화를 면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또 H병원에서는 처방전에 적힌 부신피질호르몬제 연고 대신 항생제 연고를 환자에게 준 뒤 뒤늦게 수거에 나서기도 했다.대형병원에는 상표등 겉표지가 없는 상태로 연고가 공급되기 때문에 연고의 오투약 사고가 빈번한 실정이라는게 병원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서울대병원 박광준(朴光埈)소아약제과장은 『우리나라 병원들의 오투약률은 최소 10%는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양대병원 김기덕(金基德)약제부장은 『약화사고 위험과 격무등으로 인해 대형 병원 약사의 평균 재직기간이 1년6개월에 불과하고 94년 50%,95년 30%의 이직률을 보이고 있다』고 밝혔다.
박태균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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