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사냥꾼’에 멍드는 코스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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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장모(44)씨는 코스닥시장에서 인수합병(M&A) 전문 ‘기업 사냥꾼’으로 알려져 있다. 2003년부터 사채시장에서 자금을 끌어와 코스닥 업체 8개를 인수했다. 그러나 2008년 10월 현재 이 가운데 3개 업체가 대주주와 임원의 어음 발행 남발, 자금 횡령 등으로 상장 폐지됐다. 서울중앙지검을 포함한 수사기관에 장씨를 상대로 접수된 고소만 30여 건. 피해액은 300억~400억원대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중앙지검 마약조직범죄수사부(부장 김주선)는 21일 장씨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혐의로 구속했다고 밝혔다. 자신이 실제 사주인 코스닥 기업 두 곳의 약속어음을 담보로 저축은행 등에서 75억원을 사기 대출 및 투자받은 혐의다. 장씨는 담보인 어음의 지급기한이 다가오자 함께 구속된 재무이사 조모(37)씨가 대표이사 결제 없이 발행한 위조 어음이라며 신고해 지급을 회피하는 수법을 썼다.

최근 코스닥 시장에서 장씨처럼 기업 사냥꾼이 연루된 횡령·배임사건이 잇따르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1부는 유명 코스닥 정보통신업체인 S사의 대표가 회사 돈 수백억원을 횡령하고 주가 조작을 했다는 고소를 접수해 수사 중이다.

금융감독원 전자 공시 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10월까지 발생한 코스닥 기업 횡령·배임 발생 건수는 84건. 피해 금액만 7500억원에 이른다. 2004년 4건, 2005년 13건에 불과하던 대주주나 대표이사의 횡령이 지난해 51건에 이어 급증한 것이다. 코스닥 기업이 거래소 상장 기업보다 규모가 작아 상대적으로 적은 자본으로 인수가 가능해 기업 사냥꾼들의 손쉬운 먹잇감이 된 것이다.

검찰은 기업 사냥꾼들이 횡령·배임 외에도 기업 인수합병 이후 부정 거래 등의 수법으로 주가를 조작하는 범죄에도 주목하고 있다. 실제 금감원이 적발한 증권거래법 위반 범죄 유형에서도 전통적인 주가 조작 범죄인 시세 조정은 올 상반기 21건으로 줄어든 반면 대주주와 대표이사가 연루된 미공개 정보 이용 범죄가 두 배 이상 늘었다.

봉욱 금융조세조사1부장은 “현재 증권거래법 위반 범죄 수사만 130여 건이 진행 중”이라며 “사채 자금으로 회사를 인수한 뒤 재벌·연예인 투자나 자원 개발 투자 등 테마를 이용해 유상증자를 하고 자금을 횡령하는 방식이 최근 많아졌다”고 설명했다.

정효식·박유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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