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하느님대리인' 50年 외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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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범부(凡夫)도 쉰해를 살면 하늘의 뜻을 안다(知天命)고 했는데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1일로 사제 서품 50주년을 맞았다. 26세에 사제가 돼 평생 한길만 걸어왔으니 그야말로 「하느님의 대리인」 자격에 의심의 여지가 없는 셈이다.하지만 바티칸교황청은 이를 단순한 축제 이상으로 평가하고 있다.교황청은 이번 50주년 기념식이 그동안 논란이 돼왔던 교황의 건강문제를종식시키는 전기가 되기를 바라는 눈치다.
바오로 2세는 지난달 23일 성바오로광장에 모인 순례자들과 관광객들을 위한 미사에서 『사제 서품을 받던 날의 감동을 결코잊을 수 없다』고 말했다.파킨슨병을 앓고 있다는 추측대로 교황의 왼손은 그날도 눈에 띄게 떨렸지만 목소리만큼 은 그 어느때보다도 힘이 넘쳤다.
바오로 2세는 「지칠줄 모르는 교황」이라는 별명대로 재임 18년동안 전임자 누구보다도 왕성한 활동을 보여왔다.
하지만 최근 몇년간 교황의 건강문제는 한때 바티칸 주변에서 사임설이 나돌 정도로 심각했다.
지난달 8일 받은 맹장수술이 성공적인데다 4년전 제거한 양성종양의 재발 징후가 없다는 조직검사 결과에 따라 다소 수그러들긴 했지만 그의 건강문제는 여전히 논란거리로 남아있는 상황이다.바오로 2세는 전세계를 교구화하는 것을 하느님으 로부터 받은소명이자 자신의 지상목표로 삼고있다.
끊임없이 제기되는 건강문제에도 불구하고 최근에는 재임기간중 방문하지 않은 유일한 남미국가인 쿠바 방문을 추진하고 있다.
이를 위해 지난주 장 루이 토랑 바티칸 외무장관을 쿠바에 특파,교황 방문에 관한 합의를 얻어내고 세부일정을 협의하기도 했다. 로마주재 바티칸대사 카밀로 루이니추기경은 교황의 이러한 활동을 십자가에 못박힌 예수의 고통에 비유하며 『몸을 돌보지 않는 추진력에서 사제정신의 진면목을 발견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교황의 사제 서품 50주년 기념행사는 31일(현지시간) 저녁부터 이틀동안 잘츠부르크 체임버오케스트라의 축하콘서트와 함께 성대히 열린다.
이 자리에 참석하는 사람들은 『하느님으로부터 부여받은 임무를다하는 날을 하느님의 뜻에 맡겼다』는 교황 바오로 2세의 의지가 어떤 것인가를 살펴볼 수 있을 것이다.
이훈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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