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논조>마지막 冷戰 휴전선의 신경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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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북한의 잠수함 침투사건이 발생한지 6주가 지난 한반도에서 긴박했던 전쟁위기는 지나갔다.그러나 냉전의 마지막 전선인 이곳에진정한 평화는 고사하고 긴장완화조차 요원해 보인다.
북한이 자국에 외자를 유치하기 위한 투자설명회를 개최한 바로그날 잠수함을 내려보냈다는 사실은 북한의 2중적 자세를 여실히보여준 것이다.한국내에서는 잠수함의 침투 목적에 대해 다양한 관측이 있다.북한 주장처럼 단순한 연습이거나 북한 비밀정보학교졸업때의 담력시험이라는 의견에서부터 한국의 군사시설에 대한 대대적 공격의 준비라는 의견도 있다.
이번 도발사건은 국민의 절반 이상이 북한 포격의 사정거리 안에서 살고 있는 한국땅에서 당연히 대북 강경여론을 유발시켰다.
김영삼(金泳三)대통령이 이 사건에 대해 전임 장성 출신 대통령들처럼 강경 대응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이 러한 긴장고조는 특히 94년 제네바에서 체결된 북.미합의에 치명적 악영향을 주고 있다.이 핵합의에서 북한은 자체 핵개발을 중단한다는 대가로 한국으로부터 2기의 경수로를 제공받기로 했는데 이번 사태로 당초 10월로 예정됐던 한국의 전 문가팀 방북계획은 취소됐다. 이번 사태는 한.미관계에도 부담을 주고 있다.미국측은 이번 잠수함 침투사건 후 남북한 양측을 진정시키려 노력해왔는데이는 대선 전에 한반도에서 어떠한 돌발사태도 발생하는 것을 원치 않기 때문이다.북한의 비핵화를 추구하는 미국은 경 수로 건설사업이 이번 사태로 위태롭게 되지 않기를 바라고 있다.미국은이미 핵전문가들을 북한에 보내 8천개의 연료봉 봉인작업을 하고있는 상태다.이러한 미국의 미온적 대북 태도는 한국을 분노케 하고 있다.한국정부는 미국이 한국을 2 0년전 대만에 한 것처럼 무례하게 떨궈낼 수는 없을 것임을 잘 알고 있다.
한국은 현재 통일에 대한 기대와 두려움 사이에서 동요하고 있다.독일의 통일 사례를 철저히 연구한바 있는 정부 당국자들은 독일과 다른 방식으로 통일을 달성하려고 한다.
한국이 독일처럼 단기간내에 흡수통일을 이룬다면 향후 50여년간 매년 국내총생산(GDP)의 12%(서독은 7%)를 북한에 쏟아부어야 한다는 연구결과가 있다.한국정부는 점진적 통합을 통한 완전한 통일 달성을 희망하고 있으며 북한의 조 속한 붕괴보다 통제가능한 남북한의 통합과 성장을 이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이와 관련,권오기(權五琦)통일원장관은 『남북한 관계는 분단 독일보다 오히려 50여년간 긴장관계에 있는 이스라엘.팔레스타인관계와 비슷하다』고 말했다.이번 잠수함 사건은 이에 대한 좋은예증이라고 볼 수 있다.현재 한반도에는 과거와 마찬가지로 명백한 전쟁 위험은 없으나 평화의 희망도 없는 상태가 지속되고 있다. [정리=유권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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