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리뷰>베이징 교향악단 내한공연을 보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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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2면

우리 교향악단이 해외공연에서 연주할 만한 창작곡이 과연 몇개나 될까.27일 세종문화회관 대강당에서 열린 베이징(北京)교향악단 내한공연은 낙후된 악기들이 빚어내는 거칠고 덜 세련된 음향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창작곡을 자신있게 연주했■ 는 점에서 값진 교훈을 줬다.
중국은 창작음악에 관해서는 문화혁명의 혜택을 톡톡히 보았다.
첫곡으로 연주된 『황허(黃河)』는 「중국 근대음악의 아버지」쉬청하이(徐成海)가 39년 옌안(延安)에서 중국의 대자연과 항일투쟁을 내용으로 작곡한 칸타타를 69년 피아노협주곡으로 개작한 것.문화혁명 당시 장칭(江靑)의 권유로 피아 니스트 인쳉종을 비롯한 6명의 중앙악단 단원들이 집체창작으로 개작했다.
인쳉종이 73년 서방 오케스트라로는 베이징을 처음 방문한 필라델피아오케스트라(지휘 유진 오먼디)와 이 곡을 협연했을 때 뉴욕타임스의 평론가 해럴드 숀버그는 『라흐마니노프.하차투리안.
영화음악과 결합한 타락한 중국음악』이라고 비난했다 .
그러나 서곡도 아닌 협주곡에서 중국 청중에게 친숙한 창작곡을만들어낸 것은 놀라운 일이다.
지금도 중국에서 가장 자주 연주되는 피아노협주곡이 차이코프스키도 베토벤 것도 아닌 바로 이 작품이다.짧은 연륜 때문인지 베이징교향악단은 중국의 국립교향악단인 중앙악단이나 상하이교향악단에 비해 수준이 떨어지는 편이다.
브루흐의 『바이올린협주곡 제1번』의 3악장에서 지휘자 탄리화(潭利華)는 템포를 너무 느리게 잡아 협연자와 호흡이 잘 맞지않았다.바이올리니스트 이선이는 고음으로 음역을 전환할 때 음을끌어당기는 버릇이 귀에 거슬렸지만 전체적인 톤 이나 2악장의 「선율 만들기」에서 자신의 장점을 충분히 발휘했다.
이장직 음악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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