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카트먼 부차관보 訪韓 배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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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북한의 잠수함 침투사건으로 정체된 남.북,북.미관계의 복원을위한 막후절충이 진행되고 있다.이 절충은 한치의 틈새도 없이 얼어붙은 남.북관계 때문에 미국을 축으로 이뤄지는 중이다.윈스틴 로드 미 국무부 동아태차관보의 방한(訪韓), 이형철 북한 미주국장의 방미(訪美)에 이은 찰스 카트먼 미 국무부 동아태 부차관보의 27일 서울 방문은 그런 움직임의 하나다.
이같은 연쇄접촉에 대해 외무부등 정부당국자들은 「신경쓸 것없다」는 반응을 보인다.잠수함 침투에 대해 납득할만한 조치를 취하라는 우리측 요구를 분명히 한만큼 뒤에서 이러니 저러니 하는것에 개의치 않겠다는 것이다.정부관계자들은 「공 을 넘겨받은 북한의 태도」와 관련,달라진게 별로 없다며 『이번에는 그냥 지나가지 않겠다』는 의지를 거듭 천명하고 있다.그러나 내막적으로는 이형철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던 뉴욕 북.미 접촉(24일)에서 북한이 「어느 정도」 양보해 이를 두고 한.미,북.미간 줄다리기가 벌어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예정에 없던 카트먼의 방한도 이와 무관치 않다.
북한의 양보내용은 정확히 알려지지 않고 있으나,재발방지 부분에 대해 입장표명을 할수 있다는 의사를 피력한 것으로 전해졌다.이같은 북한의 입장선회에는 악화되는 경제사정과 과거와 다른 미국의 「단호한 대응」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미 국은 북한의노동미사일 발사시험등 일련의 「벼랑끝 전술」에 대해 「난센스」라는 식으로 응수했다.그대신 미국은 잠수함사건과 관련,어느 정도 양보를 해 한.미로부터 경제지원을 한시라도 빨리 받는게 체제유지에 도움이 되는 것아니냐는 메시 지를 북한에 주었다.
따라서 북한은 전과 달라진 상황에서 대미접촉을 해야하는 과제가 주어졌다.굳이 이형철을 미국에 파견한 것도 이의 방증이다.
북한이 그를 미국에 보낸 것은 미국의 의중파악 차원이 아니라 사태를 마무리하겠다는 의미라는 것이다.
이형철의 표면상 방미 목적이 유엔총회 참석으로 돼있으나 실제관련일정이 없는게 우연은 아니다.카트먼이 이번 방한에서 풀어놓는 「보따리」와 이번주초 열릴 북.미 2차 접촉이 주목되고 있는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안희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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