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 숙박비만 1억6천만원-해외여행 과소비 실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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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대학교수를 비롯한 오퍼상.학원장.중소무역.건설업체 사장등 사회지도층 인사들이 검찰의 해외 과소비 사범으로 적발된 것은 그동안의 소문이 헛되지 않았음을 입증한 셈이다.
검찰의 수사대상은 95년1월부터 올 6월까지 해외에서 일정액이상 카드를 사용한 1만6천여명.검찰은 한국은행에서 넘겨받은 카드사용자중 쇼핑 1만달러 이상,카지노 도박 5천달러 이상,기타 5만달러 이상을 과소비 기준으로 잡고 2백여 명을 소환 조사했다. 호화 해외여행 사범의 부류는 도박과 고가품 구입,마구잡이 낭비등 세가지.
이들은 국내 경제여건이나 외환사정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외환관련 법규를 어겨가며 한번에 5천만원 이상을 해외에서 도박으로 탕진하는가 하면 3천만원짜리 보석을 사들이는등 외화를 물쓰듯 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도박사범중 수배중인 權모(30.서울강남구개포동)씨는 카지노 한번에 6만5천4백달러(5천2백여만원)를 쓴 것으로 드러났고,구속된 2명은 라스베이거스등의 카지노에서 한번에 각각 한화 4천만원,2천9백만원 상당을 날린 것으로 조사됐다.
카드 사용 내용 분석결과 이들은 1회베팅에 1천달러 이상을 사용한 것으로 밝혀졌다.이들은 검찰에서 도박사실을 전면 부인했으나 검찰이 은행에서 입수한 카드사용 내용을 들이밀자 순순히 자백했다는 것이다.카드사용 내용에는 사용금액(1회 베팅액수및 총지출액)은 물론 사용장소.가맹점 이름.사용업종(클럽).도박 종류까지 찍혀나와 혐의자들이 꼼짝 못하고 실토하지 않을 수 없었다는 설명이다.이 자료에 따르면 이들은 대개 잃은 돈을 되찾기 위해 상습적으로 도박장을 찾은 사람 들이라는게 담당검사의 설명이다.
이밖에 崔모(50.서울서초구반포동)씨는 타인카드를 이용해 6캐럿 루비 1개 4만2천달러(약3천4백만원)상당을 구입한후 세관에 신고하지 않았으며,李모(37.인천시부평구십정동)씨는 20일간 일본 오사카에 체류하며 술값으로만 2천1백만 원을 썼다가적발됐다.
또 어느 회사의 임원은 최근 10차례에 걸쳐 하와이.호주등을여행하며 숙박비로만 1억6천만원(현금사용분 제외)을 사용한 혐의로 소환조사를 받았다.그는 검찰에서 『돈이 많아 좋은 호텔에서 좋은 음식 먹고 마음껏 놀다 왔다』고 시인했 으나 검찰은 그를 처벌할 근거가 없어 국세청에 명단을 통보하는 것으로 끝냈다.외국환관리법상 해외여행의 직접경비(숙식료.병원치료비)는 사용한도 제한규정이 없기 때문이다.
수사를 담당했던 서울지검 외사부 최교일(崔敎一)검사는 『검찰에 불려온 상당수가 「잘못」을 시인하고 반성하는 자세를 보였으나 일부는 「내돈 내가 쓰는데 무슨 문제냐」며 반발하는 「도덕불감증」을 나타내기도 했다』고 말했다.
신동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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