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쓰는가정문화><전문가진단>슈퍼가정 신드롬은 열등감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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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자신감이 부족한 사람일수록 「최고」「최대」「일류」「제일」같은단어를 쓰면서 허장성세를 부리는 경향이 있다.
「슈퍼가정 신드롬」도 그런 맥락에서 다가가면 쉽게 이해할 수있다. 가족에게 본질적으로 필요한 알맹이는 잃어버린채 텅빈 가정의 실체를 물질적 조건으로 포장해 남에게 전시하려는 것이다.
남에게 멸시당하거나 배척받을까봐 지나치게 노력하는 「슈퍼우먼신드롬」,계집애같은 무능력자로 비칠까봐 일부러 남자다움을 과시하는 「마초맨(Macho-man)」 심리와도 관련이 있다.
나는 일부 미시족들에게 일고 있는 주부모델 붐이나 주부가수 열풍도 같은 맥락에 있다고 본다.
주부들이 자신의 외모나 재능을 당당히 상품화하고 나서는데 대해 별다른 사회적 거부감이 느껴지지 않는 것은 그만큼 공적인 삶을 박탈당한데 대한 주부들의 소외감이 큰 것이라 해석할 수도있겠다. 한편으로는 가부장제 유교 이데올로기를 거부하는 페미니스트들의 지나치게 진보적인 성향이 보수진영에 저항감을 불러일으키면서 가족에 대한 신화가 극단적으로 강조되는 면도 있다.
사실 자신의 가정을 소중하게 생각하고 완벽하게 가꾸려는 소망은 지극히 소박하고 인간다운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순수한 의도가 비정상적인 과시욕으로 오염된다면이는 분명 건강한 것이 아니다.
위험을 아랑곳 하지 않는 낭비적인 아파트 개보수 열풍,자녀에대한 비정상적인 교육열,전문직 여성 이미지에 대한 강박관념등을포함하는 「슈퍼가정 신드롬」은 결국 남보다 내가 못하다는 열등감과 남에게 무조건 인정받으려는 자기현시욕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런 건강치 못한 욕구에 사로잡혀 일상에 지친 가족 구성원 모두에게 편안한 영혼의 안식처가 돼야할 가정조차 물질의 쇼윈도로 만들 것인가.
그렇다면 우리와 우리 자녀들은 도대체 어디에서 위안받을 것인지. 남은 속일 수 있을지 모르지만 자신의 내면까지 속일 수는없는 노릇이다.
이 나 미 〈정신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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