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기상과검은돈>3.무기거래 바가지 씌우기 일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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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 김민석 기자 = 내 물건을 팔아 가장많은 이문을 남기는것-. 쉽지가 않아서 그렇지 모든 상인의 바람일 것이다.무기중개상도 예외는 아니다.
무기판매 경쟁이 극도로 치열한 만큼 더 어려울 수도 있을 법하다.하지만 반드시 그렇지만은 않다.이는 무엇보다 무기거래 자체가 은밀히 진행되는데서 비롯한다.
무기가 우수하고 싸다고 해서 반드시 채택되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성능이 떨어지더라도 무기체계상.연관무기와의 협조상.우리의 특수상황등 둘러댈 이유는 얼마든지 있는 것이다.
UH-60 블랙호크 헬기 도입과 관련한 최근의 한.미 양국및제작사인 미 시콜스키사와의 다툼은 무기거래가 어떤 것인가를 극명히 보여준다.
지난 90년 우리정부는 시콜스키사로부터 UH-60헬기 3대를4천5백만달러에 구매했다.상용 도입분이었다.우리 군은 그러려니하고 이 헬기를 VIP용등으로 활용해왔다.
그런데 지난해 미정부가 시콜스키사가 미정부에 납품한 이 헬기의 원가계산에 문제가 있다고 들고 나섬으로써 사단이 생겼다.미정부와 시콜스키사의 승강이를 지켜보던 우리정부는 깜짝 놀랐다.
우리 보다 훨씬 싼값에 UH-60헬기를 샀던 미정 부가 저렇게나온다면 우리는 도대체 얼마나 더주고 샀을까 하는 의문이 생기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그러나 미정부측은 자신들이 구매한 확실한 가격을 우리 정부에 알려주지 않았다.
이러던중 미국의 한 변호사가 나서 한국정부는 50%,즉 1천5백만달러를 더주고 샀다면서 소송대리인을 자청하고 나섰다.그래서 정부는 지난 연말부터 환불소송 준비를 하고 있는 중이다.
모든 것을 꿰뚫는다는 미정부 마저 속아 넘어 갔으니 하고 위안삼을 수도 있지만 50%씩 바가지를 씌울수 있다는데서 아연할수 밖에 없는 것이다.
또 그러다 보니 최근까지 대외군사판매방식(FMS)으로 UH-60헬기 80대를 5억달러에 면허생산해온 것도 개운치않은 형편이다. 우리가 몰라서 그렇지 이런 구석이 얼마나 더 있는지는 알수 없는 노릇이다.UH-60헬기 경우에서처럼 다른데서 불거져야 알게 될는지 모른다.
가격이 「무시」되는 것은 무기체계 때문에 생길 수도 있다.한국정부의 차세대 전투기 사업과 관련,경합이 F/A-18쪽으로 기울자 한국과 수교한 러시아는 같은 성능의 미그29기를 F/A-18의 3분의1 가격인 8백만~9백만달러에 판매 할 수있다는제의를 해온적이 있다.물론 얘기로 끝났다.
미국과 연합작전을 펼수밖에 없는 상황 한마디로 더이상 진전될여지가 없었다.또 F/A-18 결정이 F-16으로 번복될때 한이유로 제시된것도 무기체계였다.
F/A-18은 미해군이 사용하는 것이므로 주로 미공군과 작전해야하는 공군으로선 F-16이 낫다는 논리였다.
박정희(朴正熙)대통령 시해동기와 관련,한때 미정부 연관설을 들먹거린 사람들이 제시한 이유도 「무기」부분이었다.
당시 지미 카터 미대통령이 안보카드를 동원,압력을 가해오자 朴대통령이 독자적인 핵개발.무기도입다변화등을 시도한 게 「제거」의 동기였다는 식이다.물론 떠도는 얘기긴 하지만 무기선정등이얼마나 민감한 사안인가를 말해주는 다른 반증인 셈이다.
이밖에도 우리의 일부 해군함정의 레이더.포신.사격통제장치.탑재 헬기가 벨기에.이탈리아.스위스.영국제등으로 구성된 예에서 보듯 해당무기를 사용하는 각군 각급부서에서 소요제기를 하고 요구성능(ROC)을 제시함에 따라 복잡하게 얽 히고 설킴으로써 웬만한 전문가도 실상을 파악하기 힘든게 무기부분이다. 제원조차가리기 어려운 마당에 성능과 가격을 비교해 잘잘못을 따지는 것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닐수 없는 것이다.수년전 미해군이 일부부속가격을 수십배씩 책정했다 들통났던 일이결코 우연이아니다.
이러다 보니 무기중개상이 끼어들 여지는 얼마든지 있다.값이 비싸고 무기성능이 다소 떨어지더라도 아래 위의 「줄」만 확실하면 문제될게 없는 것이다.
논리는 갖다 붙이면 된다.
그리고 「비싸게 채택되면」 그만큼 남으므로 검은 돈을 동원하는 것이다.
『막판 경쟁에 몰리면 어떻든 수를 써 채택되도록 해야지.』 해군중령으로 예편한뒤 10년째 무기중개회사를 경영하고 있는 K씨의 말이다.
한건을 위해 무기중개상들이 노리는 곳은 ▶각군의 소요제기▶ROC확정▶획득방법 결정▶기종결정▶가격협상등에 연관된 부서요원들과 여기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높은 분」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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