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여행>鴛鴦-다정한 새.부부의 상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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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5면

「원앙금(鴛鴦衾) 버혀놓고 오색선 펼쳐내어/금자에 겨누어서 임의 옷 지어내니/수품(手品)은 카니와 제도(制度)도 가잘시고…」. 송강(松江) 정철(鄭澈)의 『사미인곡(思美人曲)』중 일부다.「원앙금」은 鴛鴦을 수놓은 이부자리다.
鴛은 수컷,鴦은 암컷이다.鴛鴦은 다정하기로 이름나 일단 짝을맺으면 떨어질줄 모른다.함께 날고 헤엄치며 심지어는 서로 목을꼬면서 잔다고 한다.또 짝이 죽으면 수절(守節)하는데 어떤 것은 상심한 나머지 먹지 않고 굶어죽는 것도 있 다고 한다.
그래서 鴛鴦을 필조(匹鳥,짝새)라고도 하며 또한 금실(琴瑟)좋은 부부(夫婦)의 상징이 되기도 하여 베개나 이불에 鴛鴦의 형상을 수 놓기도 했다.
중국 송(宋)나라때 한붕(韓朋)이라는 사람의 아내는 절세가인이었다.음탕한 강왕(康王)이 그녀를 빼앗아 애첩(愛妾)으로 삼자 한붕은 자결하고 말았다.그러자 아내도 뒤따라 자결했다.남편과 합장(合葬)해줄 것을 유언으로 남겼지만 못된 강왕은 일부러두 사람의 무덤을 따로 써 주었다.
그후 무덤에 가래나무가 한 그루씩 자라났는데 가지와 뿌리가 서로 엉켜있었다.
더욱 이상한 것은 매일 아침 저녁 鴛鴦 한 쌍이 날아와 목을꼬고 슬피 우는 것이었다.이때부터 사람들은 그것을 한붕 부부의영혼이라고 불렀다.그러나 본디 鴛鴦은 다정한 「현인(賢人)」이나 우애 깊은 「형제(兄弟)」를 뜻했다.
정석원<한양대 중문과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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