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 폭락속 당정 시각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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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오전 열린우리당의 김근태 원내대표와 정세균 정책위의장이 정부 과천청사를 찾아 이헌재 경제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을 만났다. 퇴임 인사를 하기 위해서다. 이 자리에서열린우리당 당직자들은 정부가 나서서 지속적으로 개혁을 하라고 요구했고, 李부총리는 우선 시장이 규율하게 하자고 맞섰다. 다음은 대화 요약.

▶金대표=총선을 치르면서 보니 민생 경제 살리기와 경제개혁에 대한 주문이 상충되는 측면이 있었다.

▶李부총리=경제개혁이라고 하면 성장에 반대되는 것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경제개혁은 지속적 성장이 가능하도록 합리적 시장 구조를 만드는 것이다. 민생 안정이 필요하지만 그것이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다. 투자가 늘고 일자리가 생기면 정부 재원이 늘어 복지를 확충할 수 있다.

▶丁의장=외환위기 극복 과정에서 빚어진 일이지만 경기 양극화가 심각하다. 그러나 모든 문제를 재벌에 기대는 것은 비현실적이다. 중소기업을 살려야 한다. 민생 안정을 위한 추경 예산을 편성하고 신용보증기금 등의 보증을 늘리는 등 선제적인 조치가 필요하다.

▶李부총리=추경 편성을 지금 판단하기에는 이르다. 7000개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실태조사를 해 대책을 마련할 것이고 신보 보증도 확대할 것이다.

▶丁의장=당은 공정한 경쟁, 투명한 경영, 지배구조 개선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대기업 집단의 관행이 개선됐으나 미진하다. 투명성이 확보될 때까지는 개혁이 필요하다. 공정거래위원회의 출자총액제한제도 개편안은 개선이다. (대기업이) 시장에 대고 성토하고 자신의 주장만을 펴는 것은 옳지 않다.

▶李부총리=투명성과 그에 따른 책임 문제도 1차적으로 시장이 규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정부 역할은 가이드 라인을 주는 정도다. 외환위기 때는 가시적 성과가 중요했으나 이제는 아이템을 하나씩 정해 놓고 개혁이 잘됐는지를 평가할 시기는 아니다. 주가나 회사채 금리 등을 통해 시장이 (기업을) 판단하는 분위기로 가야 한다.

▶金대표=합리적으로 시장을 개혁해 국민통합을 해야 한다.

▶丁의장=시장경제를 신봉한다. 그러나 시장이 실패하면 정부가 개입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정부의 역할을 포기하는 것이다. 개입을 줄여야 하지만 완전히 방임해 두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李부총리=시장의 시스템 리스크(구조적 위험)에 대해선 사전적 예방이 필요하다. 그러나 금융사가 어렵다거나 기업이 시장에서 지고 이기는 문제 같은 개별적 리스크에 대해선 정부가 개입해선 안 된다.

김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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