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금융主權 위험한 상황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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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한국은 멕시코와 같이 '금융주권'을 빼앗길 위험에 노출됐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현대경제연구원은 10일 '외국 자본의 멕시코.영국 금융산업 진출 사례와 시사점'이라는 보고서에서 "해외 자본이 국내 주요 금융업체를 잇따라 인수하면서 공공성과 투명성을 무시한 채 소비자 금융을 통한 돈벌이에만 열중해 금융주권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뉴브리지캐피털 등 외국계 사모펀드가 제일.외환.한미 등 3개 은행의 경영권을 인수한 데다 예금보험공사가 보유한 우리금융지주 지분(86.8%)까지 해외에 매각될 처지라고 밝혔다.

이럴 경우 국내 시중은행에 대한 외국인 지분율이 74%에 달해 멕시코와 흡사한 상황이 된다는 분석이다.

멕시코는 1995년 페소화 위기 이후 금융 구조조정을 단행할 때 미국 등 세계 정상급 은행들이 6대 시중은행 중 5개를 인수해 지난해 말 현재 외국인 지분율(자산 기준)이 83%에 이른다.

이들 외국계 은행은 신용카드 대출 등 소매금융업에 주력해 멕시코 경제에 거의 도움을 주지 못하고 있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우리도 외국계 금융업체가 공공성이 있는 기업 금융을 기피하고 소비자 금융에만 관심을 보이고 있다는 설명이다.

반면 영국은 86년 금융 개혁 때 외국 자본이 시중 상업은행이 아닌 투자은행을 인수해 기업(도매)금융.증권 분야 업무가 크게 확대됐다고 보고서는 밝혔다.

현대경제연구원의 박덕배 연구원은 "금융주권을 지키기 위해서는 시중은행보다 투자은행에 대해 외국 자본을 유치하고, 국내 사모펀드를 육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시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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