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리포트>내년 7월 반환後 홍콩 누가 맡을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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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사업에만 바빴던 홍콩인들이 최근 만나기만 하면 정치화제로 이야기꽃을 피운다.바로 97년7월 홍콩반환뒤 현 홍콩총독을 대체,홍콩특별행정구(SAR)를 이끌 초대 행정장관으로 누가 되느냐가 화두다.
지난14일부터 시작된 행정장관 후보신청 마감이 28일로 바짝다가선 탓이다.
현재 출마를 공개적으로 밝힌 인사는 재계출신의 둥젠화(董建華.59)와 우광정(吳光正.50),관계출신의 양톄량(楊鐵樑.67).리푸산(李福善.74)등 4명이나 李의 세력이 다소 처져 董.楊.吳의 3파전 양상이다.
사실 9월까지만 해도 홍콩에선 동방해외(東方海外)그룹 회장인해운왕 董의 당선을 의심하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올1월 장쩌민(江澤民)중국국가주석이 홍콩인수준비위원회 위원들을 접견하면서 가장 먼저 董을 찾아 악수한 탓이다.중국의 마음 이 어디에 있는가를 보여준 이 사건에 홍콩 최고갑부로 통하는 리자청(李嘉誠)의 지지 발언,중국과 대만 모두와 사이가 좋은 점,온화하고 입이 무거운 점등 董은 장점이 많다.
그러나 10월1일 과거 선박왕으로 유명했던 바오위강(包玉剛)의 둘째사위로 주룽창(九龍倉).후이더펑(會德豊)등 자산만 1조원이 넘는 사업체를 94년까지 경영했던 吳가 출마를 선언하면서상황이 혼미해졌다.吳의 입후보가 곧 홍콩재계의 분열로 비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董을 지지하는 리자청과 吳는 홍콩 유선방송사업과 중국 선전(深수)염전개발등을 놓고 사업상 대립,악감정을 갖고 있다.
이같은 재계의 분열속에 지난 88년 홍콩인으로는 최초로 수석대법관에 오른 양테량이 특유의 강직성과 사업상의 「 관계(關係)」가 없는 청렴성을 내세워 강력한 행정장관 후보로 급부상하고 있다.지난 49년 중국이 공산화되자 홍콩으로 탈출했던 楊은 이제 중국의 눈에 들기 위해 영국 국적은 물론 영국여왕으로부터 받았던 경(卿)작위마저 포기하는 신청서 를 제출할 정도로 눈물겨운 노력을 보이고 있다.
이같은 3파전속에 과연 홍콩인들의 절대 지지를 받는 천팡안성(陳方安生.56)수석행정장관이 출마를 선언할 것인가가 최대 관심사다.陳方이 출마할 경우 후보 판도는 완전히 달라지기 때문이다.결국 행정장관 각축은 董.楊.吳 3파전에 陳方 의 가세여부가 핵심이다.행정장관은 선거인단 4백명의 투표로 오는 12월중순까지는 선출될 예정이다.
홍콩=유상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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