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에서>超黨위원회 활용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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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국정감사가 끝났다.이번에도 각언론을 통해 많은 스타들이 탄생했다.초선의원의 경우는 열성이 돋보여 지면을 탔고,원로의원인 경우 그렇지 않아도 공사다망(公私多忙)할 터인데 본업에 충실해또 지면을 장식했다.
「평소 국회의원들을 어떻게 보았길래 마땅히 할 일 하는데 신문에서들 난리법석 피우느냐」고 역정내는 이들도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과거와 달리 본업에 열성인 정치인들이 늘어나고 정치풍토도 점차 생산적인 방향으로 달라지고 있다는 느낌을 국민들이 많이 갖게 됐다는 것은 좋은 일이다.국정감사에서 두드러진 이들은 대개 정부시책 가운데 잘못된 부분을 지적하는데 그치지 않고자신이 공들여 연구한 대안을 제시하곤 한다.과거의 행정경험을 바탕으로 현실성있는 대책을 내놓는 선량(選良)들도 적지 않다.
최근 국감에서 나타난 진정 바람직한 현상은 여당이라고 정부 봐주기 없고,야당이라고 무작정 정부 흠잡는 일은 안한다는 점이다.바로 이점에 눈을 돌려 한가지만 부탁하고 싶다.
이처럼 여야(與野)의 달라진 모습을 나라를 위해 한걸음만 더발전시켜 보자.우리도 이제 여야가 함께 참여하는 초당적(超黨的)위원회를 활용할 때가 되었다.현안 뿐아니라 국가의 중.장기 과제를 풀어갈 수 있는 정책보고서를 만드는 일에 국회가 나서 기여할 수 있는 여지가 보인다.
단기 현안은 정부관리들의 고민거리라 해도 교육개혁이나 대북(對北)정책등 중.장기적 대비가 필요한 문제들을 논하는데 국민들이 뽑은 국회의원들이 참여하는 것은 자연스럽다.또한 국가의 장래를 놓고 여야 없이 고민하는 정치인들의 모습은 국민의 신뢰를자아낸다.
미국 의원들의 의정활동 가운데 주목되는 것이 바로 이 대목이다.의회안에 초당적 위원회가 구성돼 정부관리.기업 혹은 민간전문가들과 함께 국가의 정책대안을 연구해 관련 상임위원회와 대통령에게 제출하는 관행이다.
혹 미국의 예를 따르려 한다면 주의할 일이 있다.무슨 모임을만든다 하면 사무실 간판 달고 사람 챙기는 일부터 시작하는 우리의 비생산적이고 형식적인 관행은 그만둬야 한다는 말이다.
특정 사안을 집중 연구하고 대안을 마련하는 위원회는 반드시 시한부(時限附)로 운영하고 보고서 작성이 끝나면 미련없이 해산시켜야 소모적인 작업을 막을 수 있다.
우리에게도 대통령직속 상설위원회가 많지만 이를 시한부로 운영할 때 더욱 생산적일 수 있는 경우가 있다.「정치인들이 할 일또 한가지」를 부담없이 받아주었으면 싶다.
길정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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