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公기업 이사장제 필요한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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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정부는 내년 상반기로 예정된 정부투자기관관리법을 개정하면서 권위주의시대의 유물로 낙하산식 인사의 전형(典型)인 이사장제도를 없애는 것이 좋겠다.현정부 초기에 폐지를 검토했다가 주로 정치적인 이유로 존속시켜 왔으나 더이상 제도를 유 지시킬 명분이 없다.
공기업 이사장제도의 폐지는 정치적인 고려에서 행해지는 인사필요성을 줄여야 한다는 점도 있으나 보다 근본적으로는 공기업의 경영효율화를 제도적으로 보장해야 한다는 경제논리가 더 중요하다.현재 공기업의 민영화가 중요한 경제정책의 이슈로 되고 있는 마당에 특정 공기업의 경영에 대한 경험이 전혀 없는 외부인사를옥상옥(屋上屋)식으로 둔다는 것은 설득력이 없다.
공기업의 책임경영체제를 확립시켜 주고 경영실적에 대한 책임을물으려면 사장이 이사장을 겸임하는 것이 낫다.차제에 정부가 이사장제도의 폐지를 적극 검토해야 할 뿐만 아니라 비상근이사제도도 폐지해 공기업경영체제를 개혁해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그동안 공기업의 민영화를 금방 실시할 것처럼 말해오다가 최근 규모가 큰 공기업은 민영화를 유보하고 경쟁체제를 검토한다는 어정쩡한 정부의 정책선회가 못미더운 판이다.민영화를 유보한다면 공기업의 경영체제에 대한 확실한 개혁방안이라도내놓아야 할 것이다.그 대상중의 하나가 당연히 이사장제도를 폐지하고 정부지시에서 자유롭지 못한 비상근이사를 없애는 것이다.
책임질 수도 없고 전문성도 없게끔 이사회를 구성해놓고 공기업의경영합리화가 이뤄지겠는가.
일부에선 이사장 제도가 폐지되면 낙하산인사가 이사장이라는 형식적인 자리가 아니라 아예 사장자리까지 파급될지도 모른다는 점을 우려한다.우리 현실에서 일리가 없는 것도 아니지만 공기업을합리화해야 한다는 경제적인 잣대가 이 문제의 판 단기준이 돼야할 것이다.그러나 공기업문제의 근본대책은 적극적 민영화뿐임은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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