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핏 "개똥지빠귀 기다리다 봄날은 다 간다"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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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의 대가인 워런 버핏이 개인계좌로 미국 주식을 사들이는 중이라고 공개했다. 뉴욕타임스 기고문을 통해서다. 감정에 휘둘리지 않는 그의 투자 스타일을 다시 발휘한 것이다. "모두가 공포에 휩싸였을 때 탐욕스러워져야 돈을 번다"는 버핏의 지론은 그동안 톡톡히 약효를 발휘해 왔다. 이번에도 많은 투자자들이 관심을 갖는 이유다. 다음은 중앙SUNDAY에 소개된 기사 원문이다.

‘투자의 달인’ 워런 버핏이 다시 나섰다. 그는 17일자(현지시간) 뉴욕 타임스에 실린 ‘미국을 사라. 내가 그렇게 한다’는 제목의 특별 기고를 통해 “탐욕에 사로잡힐 시간이 됐다”며 “모두가 공포에 휩싸인 지금이 좋은 주식을 살 절호의 기회”라고 역설했다. 버핏의 소신 있는 발언에 이날 뉴욕 증시가 낙폭을 줄였다는 분석까지 나왔다.

이날 기고는 대중 앞에 전면으로 나선 ‘버핏식 투자 강의’의 2막이다. 앞서 그는 금융위기의 아수라장 속에서 제너럴 일렉트릭(GE)과 골드먼삭스에 각각 30억, 50억 달러를 투자하는 강심장을 과시하며 감정에 휘둘리지 말라고 조언했다. 속 쓰리긴 버핏도 마찬가지다. 그는 최근 폭락장에서 한 주 만에 10조원 넘는 재산을 잃기도 했다. 그럼에도 ‘이건 아니다’는 생각에 기고까지 하면서 투매는 정답이 아니라고 일침을 놓았다. 버핏의 혜안이 다시 적중할지는 늘 그렇듯 시간이 답할 것이다.

답답한 건 한국의 시장 리더들이다. 벼랑 옆 내리막길을 미끄러지는 투자버스 안에서 투심(投心)을 달래 주고, 대응술을 함께 고민하는 진정한 길잡이가 보이지 않는다. 어느 증권사의 슬로건처럼 투자 파트너로서 믿음직한 친구 노릇을 하는 ‘트루 프렌드(true friend)’가 절실한 시점이다. 지금처럼 어려울 때일수록 더욱 그렇다. 절뚝거리는 투자자를 부축해 줄 한국의 시장 리더을 기다리며 버핏의 기고를 요약 소개한다.

금융이 혼돈에 빠졌다. 미국은 물론 해외도 마찬가지다. 게다가 금융위기는 서서히 실물경제로 전염되고 있다. 처음엔 누수(漏水) 정도의 전염이었지만 이젠 분출 수준으로 바뀌고 있다. 가까운 시기에 실업률은 치솟고, 기업 활동은 비틀거리고, 헤드라인 뉴스는 공포로 가득 찰 것이다.

그래서 나는 미국 주식을 사들이고 있다. 내 개인 계좌를 통해서다. 이 계좌엔 지금까지 미 국채만 들어 있었다.

내가 주식을 사는 이유는 간단하다. 다른 사람들이 탐욕스러울 땐 공포에 떨어야 한다. 하지만 타인들이 공포에 빠져 있다면 내가 탐욕을 품어야 한다. 무엇보다 확실한 것은 지금 공포가 만연해 있다는 사실이다. 노련한 투자자들조차 그렇다. 투자자들은 과다차입 투자(레버리지)로 경쟁력이 약해진 기업에 돈을 넣길 두려워한다. 그러나 미국의 수많은 우량 기업의 장기 성장에 대해선 두려움을 가질 필요가 없다. 이런 회사들은 늘 그래왔듯이 일시적인 실적 하락을 극복할 것이다. 다만 대부분의 주요 기업이 다시 기록적 이윤을 내려면 지금부터 5년, 10년, 20년이 걸릴 것이다.

한 가지만 분명히 해 두자. 나는 주식시장의 단기 움직임에 개의치 않는다. 나는 한 달 뒤, 혹은 일 년 뒤의 주가가 높을지 낮을지 짚을 수 없다. 그러나 투자심리나 경제가 회복세로 돌아서기 전에 시장은 이미 지금보다 높은 곳에서 움직일 것이다. 결국 당신이 개똥지빠귀(봄의 상징)만 기다리는 사이 봄은 지나가고 만다는 얘기다.

여기 역사적 사례를 소개한다. 대공황 때인 1932년 7월 8일 다우지수는 41로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다. 경제여건은 33년 3월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이 취임할 때까지 악화일로였다. 그러나 그때까지 시장은 이미 30% 앞장서서 올랐다. 제2차 세계대전 초반으로 거슬러 올라가도 마찬가지다. 유럽과 아시아에서 미국에 불리한 상황이 전개됐다. 시장은 42년 4월 바닥까지 밀렸으나, 연합군이 등장하면서 회복했다. 80년대 초반에는 인플레이션이 날뛰고 경제가 옴짝달싹 못했지만 이때가 주식을 사야 했을 시기였다.

요약하면 나쁜 뉴스는 투자자들의 가장 좋은 친구라는 소리다. 당신은 두드러지게 싼 가격에 미국의 미래를 한 조각 살 수 있다.

장기적으로 보면 주식시장의 뉴스는 나쁜 게 없다. 20세기에 미국은 두 번의 세계대전을 포함해 정신적 외상과 비싼 비용을 일으킨 많은 군사적 갈등을 견뎌왔다. 여기에 대공황과 수십 번의 경기침체 및 금융공황, 석유파동, 전염병, 대통령의 불명예 퇴진도 있었다. 그러나 이 기간에 다우지수는 66에서 1만1497로 올랐다.

지금은 현금성 자산을 손에 쥔 사람들이 행복해한다. 하지만 계속 그럴 이유는 없다. 그들은 장기 자산으로서 최악의 상품을 골랐기 때문이다. 앞으로 현금성 자산은 가치 하락을 피할 수 없다. 특히 이번 위기를 타개하기 위한 정부 정책은 인플레이션을 자극하고 현금계좌의 실질가치 감소를 가속화할 것이다.

주식 수익률은 다음 10년간 현금 수익률을 아마 상당한 정도로 웃돌 것이다. 현재 현금자산에 집착하는 투자자들은 좋은 뉴스가 들려 오기만을 기다리면서 다음과 같은 웨인 그레츠키(미 아이스하기 스타)의 충고를 무시하고 있다. “나는 퍽이 머물렀던 자리가 아니라 퍽이 향할 곳으로 스케이팅을 한다.”

정리=김준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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