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각장애 따돌림 싫어 초등학생 투신자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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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 수원 엄태민.최지영 기자 = "친구들이 나를 싫어해서 괴롭다.그리고 시끄러워 머리가 어지러워서 죽고 싶다.미안해 할말 없다." 선천적 청각및 언어장애를 극복해보려고 정상아들과 어울렸던 許민아(13.수원 J초등학교 5년)양이 학교 친구들로부터의 따돌림과 장애의 고통을 견디다 못해 스스로 목숨을끊었으며 동생에게 마지막으로 남긴 유서내용이다. 민아양이숨진 것은 21일 오후6시40분쯤.경기도수원시구운동 삼환아파트9층 자신의 집 베란다 창문을 열고 20여 아래 화단으로 뛰어내렸다. 부모가 모두 집을 비운 사이 자신이 쓰던 공책에 13년 짧은 삶 속의 모든 고통을 단 몇줄의 유서로 남긴 직후다. 가족들에 따르면 민아양의 고통이 시작된 것은 열한살때 평소 다니던 농아학교에서 일반초등학교로 전학하면서부터다.
선천적 청각장애로 네살때부터 보청기를 사용한 민아양은 정상아들보다 2년 늦게 서울상도동에 있는 삼성농아학교에 입학했다.어머니 한순오(韓順梧.42)씨는 매일 아침 6시면 민아양을 수원에서 서울 학교까지 전철로 데려다 줬고 학교가 끝 날 때까지 기다려야 했다.3년여동안의 극진한 보살핌 덕에 민아양은 3학년때 청각상태가 다소 나아졌고 딸이 정상적인 일반아이와 함께 생활하기를 기대하던 부모는 민아양을 집 근처 초등학교로 전학시켰다.그러나 부모의 애절한 기대와 달리 민아양의 일반학교생활은 시련에 부닥쳐야만 했다.
의사소통이 제대로 안된데다 장애아란 이유로 급우들의 따돌림 속에 외톨이로 지내기 일쑤였다.
특히 음악시간은 민아양에게 고통의 시간이었고 마음껏 뛰어 놀아야 할 운동장과 놀이터 는 갈 수 없는 먼 곳이었다.
이때부터 수심에 가득찬 민아양은『무섭다』는 말을 되풀이하곤 했다.더욱이 지난 8월 가족이 이사를 하면서 다시 낯선 학교로옮긴 뒤로는 소외감과 고통이 더욱 심해졌고 결국 민아양을 죽음으로 내몰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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