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61% “우리 사회 10년 전보다 위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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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도 사교육비 대느라 허리가 휘지만 아이의 해외유학은 보내고 싶다.’ 2008년 한국의 학부모가 처한 역설적 상황이다. 비용 면에선 앞뒤가 맞지 않는 얘기지만 공교육에 대한 불신이 그만큼 깊다는 의미다.

통계청은 17일 교육·안전·환경 부문에 대한 ‘2008년 사회통계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학부모의 절반(48%)이 자녀 유학을 원하고 있다. 유학을 보내고 싶어하는 이유의 44%는 우리 교육에 대한 불만과 관련이 있다. 교육제도에 대한 불만, 능력·재능에 적합한 교육을 못 받는 상황, 사교육비 부담 등이다.

통계청 관계자는 “5월에 실시한 조사여서 최근의 환율 변동이 반영되진 않았지만 능력을 떠나 희망 여부를 물은 것이어서 학부모의 속내가 나타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교육비 부담에 대한 설문에는 80%가 ‘부담스럽다’고 답했다. 제일 큰 부담은 역시 사교육비(73%)였다.

‘학교 생활에 만족한다’고 답한 학생(51%)은 절반을 겨우 넘었다. 이마저도 교우 관계(70%)에 대한 만족도가 높게 나왔기 때문이다. 학교 주변 환경, 학교 시설에 대한 만족도는 40%를 밑돌았고 교사 수준에 대한 학생들의 만족도는 44%였다.

교육 기회는 그래도 넓어졌다. 60세 이상은 받고 싶은 교육을 제대로 못 받았다는 답이 80%였으나, 15~29세에선 40%에 머물렀다.

안전에 관해 국민은 우리 사회가 과거보다 위험해졌고, 앞으로 더 위험해질 것으로 여기고 있다. ‘10년 전보다 안전해졌다’는 답은 16%인데 반해 ‘더 위험해졌다’는 답은 61%였다. 10년 뒤에는 더 위험해질 것이라고 생각하는 비율은 54%였다. 남자는 경제적인 위험을, 여성은 범죄를 가장 두려워했다.

안전·준법 의식과 관련해선 ‘나는 잘 지키는데 다른 사람이 문제’라는 이중적인 시각이 많았다. ‘나는 법을 잘 지킨다’는 답은 57%인 데 비해 ‘다른 사람들이 법을 잘 지킨다’는 답은 26%에 불과했다.

부문별 안전도 평가에선 식품이 불안하다는 답이 69%로 가장 많았다. 식량안보(68.6%), 정보보안(65%), 교통사고(61%) 순으로 불안감이 컸다. 통계청 관계자는 “미국산 쇠고기 파동이 있던 시점(5월)에 조사를 했기 때문에 식품에 대한 불안감이 높게 나온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환경에 대한 체감도도 갈수록 나빠지고 있다. 특히 ‘소음 공해가 심해졌다’(47%)는 답이 대기(39%)나 수질(31%)이 나빠졌다는 답보다 많았다. 앞으로 환경 문제를 야기할 위험이 큰 부분으로는 황사, 유전자 변형식품, 기후변화를 꼽았다. 환경 보호를 위한 세금(환경세)을 걷는 데 찬성한다는 답은 34%로, 2005년(25%)보다 크게 늘었다.

학력이 높고, 소득이 많을수록 환경세 도입에 찬성하는 비율이 높았다.

대기오염의 주된 원인으로는 자동차 배출가스(68%)가 첫손에 꼽혔다. 공사장 먼지와 공장 매연이 그 다음이었다. 농산물 농약 오염에 대해선 ‘수입 농산물이 불안하다’는 답이 87%에 달했다. 반면 국산 농산물의 농약 오염에 대한 불안은 40%에 그쳐 2001년의 53%보다 상당히 낮아졌다.

김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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