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는살아있다>도시의 활력소 광장을 만들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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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플라멩코의 정열적인 멜로디가 울려퍼지고 있었다.꽁지머리 젊은이의 손이 구애하는 숫놈 거미처럼 능숙하게 기타줄을 고르고,가죽옷 청년은 긴 베이스 기타줄 위.아래를 더듬고,그 위를 플루트가 자지러지게 따라간다.캐스터네츠,그 앙증맞은 조가비를 두손에 날렵하게 쥔 검은 옷 미녀가 열정적으로 박자를 만들며 춤을추자 순식간에 사람들이 모여들어 감상에 빠져든다.네덜란드 암스테르담 「오락」광장의 풍경이다.
거리공연과 광고용 시음회,분방한 젊음을 해소하려는 수많은 젊은이들이 기다리며 같이 걷고 먹고 마시며 얘기꽃을 피운다.몇몇외국 청년들이 히피풍의 액세서리를 차려놓고 젊은 여성들과 흥정한다.밀리는 차량행렬,휘황한 네온간판들,번화한 카페의 거리.서울 대학로광장의 풍경이다.
운하와 전차가 교차하는 곳,건물군 사이로 난 도로가 모이면 광장이다.광장은 사람들이 살아 숨쉬는 곳이다.카페.상점과 맘놓고 거닐수 있는 공간이 있다.다양한 호흡들이 숨을 나눈다.
이색적인 것일수록 좋다.서로가 구경거리가 되니까.그 다양성의시간에 건물은 더욱 고색창연해지고 광장으로 굽어지는 길마다 추억같은 삶의 흔적이 쌓인다.파리의 삶이 아름답게 느껴지는 까닭은 도시 전체가 그런 여유로운 광장의 삶으로 구 성돼 있기 때문이다.현대 도시인에게 있어 광장은 물고기가 노니는 물과 같은것이다. 우리 삶은 어느새 도시화돼 버렸다.도시적 삶의 중심인광장을 서로 나눠갖기도 전에.
그러다보니 광장들이 도로와 몰개성적인 현대식 건물들과 차량들사이에 끼어 비명을 지르고 있다.우리 삶이 소음.짜증.스트레스로 차 버릴 수밖에.도로나 건물에 앞서 우리 모두를 교차시키는삶의 중심,광장을 먼저 생각해야 할 시점이다.
경제로만 편중된 사고에서 문화와 경제를 균형있게 보자는 말이다. 장 익 순 〈도서출판 들녘 기획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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