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기업들 'CI'수집.분석 열풍-비즈니스위크誌 보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0면

감미료를 만드는 미국의 몬샌토사는 지난 91년 미식품의약국이존슨&존슨사의 새로운 감미료를 곧 승인한다는 소식에 접했다.마케팅 담당자는 대대적인 방어광고에 들어가야 한다고 주장했다.예상비용은 3년간 8천4백만달러.그러나 「경쟁정보 (CI)」담당자는 자신의 정보로는 식품의약국의 승인은 임박한 것이 아니라며반대했다.당시 회장이었던 로버트 플린은 CI담당자 편에 섰다.
옳은 결정이었다.승인은 5년이 지난 지금껏 나지 않았고 몬샌토사는 거액을 절감할 수 있었다.
비즈니스위크(10월28일자)가 최근 미국 기업들이 CI 수집.분석에 열을 올리고 있다고 보도하면서 소개한 일화다.
CI란 기업의 내부 의사결정에 활용되는,경쟁사의 움직임을 비롯한 경쟁적인 시장환경의 변화와 관련된 모든 정보를 일컫는 말.미국 대기업중 현재 CI 전담부서를 둔 회사는 전체의 10%를 넘어 88년보다 세배 이상 늘어났다.급격한 기 술변화와 규제완화로 인해 기업의 진입.퇴출이 잦아지면서 CI의 중요성이 더 커졌다.
기업들이 경쟁정보를 수집하는 방법은 인터넷이나 관련유인물 분석에서부터 쓰레기통 뒤지기,회의 도청,관련자 매수에 이르기까지다양하다.그러나 불법적인 방법을 쓰지 않고 공개된 자료를 충분히 활용하는 것만으로도 큰 성과를 거둘 수 있다 .
예컨대 이스트먼 코닥사의 CI담당자는 라이벌 회사 공장소재지의 지역신문을 읽는 것으로도 그 공장의 채용.감원상황을 소상히파악한다.CI부서에서는 사원들에게 일상생활에서 접한 정보를 자체 전산망에 입력토록 한다.단순한 사실들을 모■ 연관된 것끼리묶어 추정해보면 하나의 훌륭한 정보가 탄생될 수 있기 때문이다.라이더 시스템사의 CI책임자인 페이 브릴은 『회사가 알고 싶어하는 정보의 80%는 자기 회사 종업원들로부터 얻어낼 수 있다』고 말한다.
CI 수집.분석과정에서는 경쟁사의 역정보를 조심해야 한다.
지난해초 제록스사의 한 관계자는 코닥사 복사기부문의 한 기술자로부터 제록스 제품을 수리하는 훈련을 받고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때마침 제록스 제품 수리경험이 있는 기술자를 찾는다는 코닥사의 구인광고가 목격됐다.제록스는 코닥이 애프터 서비스를 통해 제록스 제품시장 잠식을 노린다고 판단,고장난 제품은 무조건반품받고 모든 수리는 무료로 해주는등 방어에 나섰다.그러나 코닥은 애프터서비스는커녕 복사기 부문을 다른 회사에 팔아넘겼다.
제록스는 과잉 애프터서비스에 투입된 비용으로 인해 지금까지도후유증을 앓고 있다.
워싱턴=김용일 특파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