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레이스키 시인 리진 첫 시집 출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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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1930년 함흥 출생,김일성종합대학 영문과 재학중 6.25참전,51년 러시아 전연맹 국립영화대학 졸업후 러시아 거주.리진(사진) 시인의 약력이다.리씨는 북한 국적을 버리고 줄곧 러시아에 살면서도 러시아 국적을 취득하지 않은 유일한 재러시아 동포다.러시아 동포 시인중 최고로 꼽히는 리씨의 주요시를 발표 연대순으로 엮은 시집 『리진서정시집』이 최근 출간됐다(생각의 바다刊).
『다른 별 다른 행성에서/우리 별이 어떻게 반짝이는지/나는 모른다/그러나/죄다 죄다/숨막히게 중하여/또/치레 없는 노래의/말을 고른다//아 길가의 자작나무의/긴 그림자를/은빛 눈 위에 그 기복대로/잘게 꺾어 가로눕힌/겨울 달이여.』 시 『죄다중하다』전문이다.리씨는 오래 고국과 떨어져 살았어도 우리 말의맛과 운율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특히 시베리아 눈 벌판에서도,볼가강의 초원에서도,민족의 정서로 모든 사물을 따뜻하게 껴안고 있다.그래서 그의 시는 민족서정 시의 원형에 근접하고 있다.리씨는 이 시집을 펴내며 『내가 깊은 정과 존경을 느끼고 있는 고국의 문우.독자들과 먼 러시아 땅에서 사는 나 사이에 기탄없는 좋은 대화가 이뤄지길 바란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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