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린리포트>수도이전작업 '산넘어 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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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통일독일의 상징이 될 「수도 베를린 이전」계획이 독일경제에 불어닥친 불황으로 좌초 위기에 봉착했다.살림살이가 어려워진 만큼 천문학적 이전비용을 마련하기가 간단치 않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이전작업이 중단된 것은 아니다.
수도 베를린의 심장부가 될 브란덴부르크문 북쪽 하원 의사당 건물은 99년 입주를 목표로 한창 수리공사중이다.제국의회로 더잘 알려진 이곳 인근에는 총리공관과 의원회관등 핵심건물들이 들어설 예정이다.
브란덴부르크문 남쪽 포츠담광장에서는 더 어마어마한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지난 11일 상량식을 거행한 소니 유럽본사는 총건평이 13만평을 넘는 초대규모 사옥이다.오는 26일에는 다임러-벤츠의 새 본사사옥이 상량식을 갖는다.98년 착 공하는 미국대사관은 브란덴부르크문 바로 옆 파리광장에 들어서며 이곳에는 최고급 호텔 아들론과 독일 예술아카데미도 건축될 예정이다.문을중심으로 동서로 뻗은 운터 덴 린덴가 주변에도 정부청사등으로 사용할 건물의 개축공사가 벌어지고 있 다.새로운 중심상업지역이될 프리드리히가에는 지난 2월 개장한 프랑스백화점 갤러리 라파예트를 비롯해 유명 상점들이 개점 채비를 서두르고 있다.21세기 동.서 통합유럽의 새로운 중심지로 도약할 베를린의 모습은 이렇게 나날이 바뀌어가고 있다.
그러나 정작 문제는 돈 마련이다.경제불황을 넘어서려는 정부의긴축정책에 맞물려 공사계획이 예정대로 이뤄질지 불투명한 상태이기 때문이다.야당인 사민당과 녹색당 일부 의원들은 2백억마르크(약 10조원)를 상회하는 이전비용 조달의 어려 움을 들어 조기이전에 반대하는 상황이다.하원은 91년 이전작업을 4년만인 지난해까지 마치기로 의결했지만 1년이 더 지난 지금도 감감무소식이다.이대로 가면 2003년까지 베를린이 의회와 정부 소재지로 완전한 기능을 하도록 한다는 당초 의 결정도 차질을 빚을 것임은 불문가지다.
의원회관은 2001년에 가서야 마무리될 예정이며 총리공관도 99년말까지 완공할 계획이지만 아직 확실치 않다.
베를린이 명실상부한 통일독일의 수도로 거듭 태어나기까지는 아직도 먼 길이 가로놓여 있는 셈이다.
베를린=한경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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