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北·日 진정한 관계 발전을 기대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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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교착상태를 보이던 북한과 일본 간의 교류가 재개될 조짐이다. 북.일 교류의 최대 장애인 피랍 일본인 문제의 진전이 있다는 보도가 잇따라 나오고 있다.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일본 총리가 오는 23일께 북한을 방문해 피랍 일본인의 북한 잔류가족을 맞이하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는 소식도 나온다.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도 8일 일본인 납치 문제를 둘러싼 북한과 일본 간 협상이 곧 타결될 것이라는 인상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런 소식들은 그동안 냉랭한 기운만이 감돌던 북한.일본 관계에 훈풍이 불 것이란 기대를 높인다. 북한.일본 관계의 정상화는 동북아 안정과 번영의 중요한 부분이다. 때문에 우리는 이러한 조짐들이 가능한 한 이른 시기에 현실화되기를 기대한다.

북한과 일본은 2002년 9월 평양 정상회담을 함으로써 한때 50여년간의 불편한 관계를 씻고 외교관계가 정상화될 것이란 기대를 낳기도 했다. 그러나 이후 불거진 피랍 일본인 문제 처리 과정을 놓고 양국이 신뢰의 틀을 깨뜨림으로써 파국 일보직전까지 가는 냉각기를 거쳐야만 했다.

특히 우경화 바람과 일본 내 비난 여론에 밀린 고이즈미 내각이 북.일 수교협상 중단에 이어 일본 내 조총련계에 대한 유.무형의 압박 강화, 북한 선박의 입.출항 제재, 자위대 해외파병, 야스쿠니 신사참배 강행 등을 잇따라 시도하면서 협상은 교착상태에 빠졌다. 이를 놓고 일본이 미국과의 동조외교만을 강조, 아시아 및 동북아 외교를 뒷전에 내몬다는 비난을 받아 왔다.

물론 북.일 수교협상과 교류협력의 교착이 일본만의 책임은 아니다. 대량살상무기 확산 위협과 각종 인권문제를 야기하고 있는 북한도 문제가 있다. 하지만 냉전종식 후 이 지역이 새롭게 평화와 번영의 길로 가려면 북한을 국제적 협력과 개방의 틀로 이끌어내야만 한다. 때문에 우리는 북한과 일본이 모처럼 조성된 관계 정상화의 불씨를 제대로 살려내길 기대한다. 특히 이 지역 최대의 경제대국인 일본이 이제는 좀더 대승적이고 경제력에 걸맞은 정치력을 발휘해줄 것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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