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여행>權不十年-권력의 무상함을 비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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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5면

우리말에 「음지가 양지되고 양지가 음지된다」는 속담이 있다.
사람의 처지는 모르는 법이다.제아무리 떵떵거리며 살아도 「부자삼대(三代)가기가 힘들다」고 했다.
같은 뜻의 고사성어(故事成語)에 「새옹지마(塞翁之馬)」가 있다.말을 잃었던 한 노인의 처지는 몇번이나 바뀌었다.
또 「물극즉반(物極則反)」도 있다.삼라만상(森羅萬象)의 모든것이 「극에 달하면 쇠퇴하게 마련」이라는 뜻이다.
앞날을 예견할 수 없는 만큼 과욕(過慾)부리지 말고 과욕(寡慾)해야 할 것이며,기고만장(氣高萬丈)할 것이 아니라 가운데를지켜 은인자중(隱忍自重)해야 한다는 교훈이리라.
우리 조상들이 만든 사자성어(四字成語)에 權不十年도 있다.제아무리 「나는 새도 떨어뜨리는」권력일지라도 10년을 넘기기 어렵다는 뜻이다.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아무리 아름다운 꽃도 열흘 이상 가지 못함」과도 비슷하다 하겠다.
흔히 「인생무상(人生無常)」을 말하지만 권력의 무상함도 이에못지 않음을 알겠다.충신(忠臣)이 하루아침에 역적(逆賊)으로 몰려 족형(族刑)을 받는다거나 권문세가(權門勢家)가 몰락하는 경우를 역사에서 드물지 않게 보아왔다.하기야 천 하를 통일했던진시황(秦始皇)도 권력을 누린 것은 고작 10년이었으며 진나라도 15년을 버티지 못하고 망하지 않았던가.
그 권력의 무상함을 지금처럼 실감해 보기도 어려우리라.
정석원 한양대 중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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