훌리오 이글레시아스 아들 엔리케 빌보드 차트 1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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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3면

서양의 팝 음악계에도 아버지와 아들이 한 길을 걷는 예를 종종 찾아볼 수 있다.이달초 『날 위해 울지 말아요(No Llores Por Mi)』란 곡을 빌보드 라틴 음악 순위 1위에 올린 엔리케 이글레시아스.올해 20세인 그는 스페 인 출신 가수 훌리오 이글레시아스의 1남2녀중 막내아들이다.
훌리오는 잘 알려졌다시피 1억7천만장이란 경이적인 음반판매량을 기록,상업적으로 가장 성공한 라틴권 가수.지난해 데뷔한 엔리케는 이런 아버지의 명성을 이을 만한 가능성을 보이고 있다.
데뷔음반 『엔리케』는 라틴음반 차트에서 10주동안 1위에 머물렀고,수록곡 가운데 4곡을 차례로 인기순위 1위에 올린 것이다.그의 음반은 미국의 히스패닉 밀집지역과 스페인.남미등 스페인어권 곳곳에서 커다란 인기를 누리고 있는데,지난 주 한국에서도 발매됐다.
기본적으로 엔리케의 노래는 아버지의 노래와 큰 차이를 보이지않는다.감미로운 멜로디와 약간 여린 듯한 목소리는 다분히 여성취향적이다.
하지만 그는 『아버지의 그늘에서 자란 아류』정도로 평가되는 것을 몹시 싫어하는 것처럼 보인다.인터뷰 때마다 『훌리오의 아들이라고 소개하지 말아달라』고 주문하는 것이나 아버지 몰래 대학을 자퇴하고 처음에는 「엔리케 마르티네스」란 가 명으로 데뷔음반을 준비했던 사실이 이를 증명한다.
아버지의 후광을 벗어나 「홀로 서기」를 원하는 욕망은 보브 딜런의 아들 제이콥 딜런(26)에게서 더욱 강하게 발견된다.
제이콥은 보브 딜런의 네자녀중 막내로 록밴드 월플라워스의 리더로 활약하고 있다.
월플라워스는 최근 『식스스 애버뉴 하트에익(Sixth Avenue Heartache)』이란 곡이 담긴 두번째 앨범 『브링다운 더 호스(Bring Down the Horse)』로 빌보드 차트 50위권에 진입하면서 서서히 인기를 모 으고 있다.
10대시절 영국그룹 클래시의 펑크록에 심취했던 제이콥의 음악은 보브 딜런의 모던 포크 음악과는 상당한 거리를 보인다.비평가들은 제이콥과 월플라워스의 음악을 『정통(메인스트림) 록과 올터너티브 록의 중간정도에 해당한다』고 분석하고 있다.
제이콥과 보브 딜런의 심정적 거리는 음악적 간격보다 훨씬 더멀다.제이콥은 최근 한 인터뷰에서 『나의 공연을 보러온 사람중상당수는 「나와 닮은 어떤 이」의 얼굴이 그려진 티셔츠를 입고있다』면서 『입장료를 내고 공연장에 온 것은 좋지만 나는 그들과 말조차 하기 싫다』고 말했다.이는 제이콥이 6세때부터 보브딜런과 이혼한 어머니 사라 딜런의 품에서 자란 가족사와 무관치않은 것으로 보인다.
예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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