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여행>殲滅-모조리 무찔러 없애버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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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5면

殲,纖(가늘 섬),讖(비결 참)은 모두 「섬(산부추 섬)」을가지고 있다.산부추는 우리나라의 산에 자생(自生)하는 야생초로잎이 가늘고 길며 연한 것은 식용으로도 쓰인다.특히 줄기는 구충(驅蟲).강장(强腸).이뇨제(利尿劑)로도 쓰 인다.
그러니까 이들 세 글자는 모두 산부추의 특성을 담고 있다고 볼 수 있다.산부추는 잎이 가늘어 잘 드러나지 않고,또 흔하므로 별로 거들떠 보지도 않는다.따라서 섬 자체는 「가늘다」「하찮다」는 뜻을 가지고 있다.
곧 纖은 산부추처럼 가는 실(纖維)을,讖은 「가느다란 말」「분명치 않은 말」로 「예언」을 뜻한다.도참(圖讖)이 있다.
殲의 알(죽을 알)은 앙상한 뼈의 모습으로 「죽음」을 뜻한다고 했다(96년7월21일자 「特殊」참고).곧 殲은 산부추 따위의 야생초를 제거하듯 「사정없이 없애버린다」는 뜻이다.
滅은 .火.戌(술)의 결합이다.흔히 戌을 간지(干支)의 하나로 알고 있지만 「부수다」(破)는 뜻도 있다.술삭(戌削)이라면「깨뜨리고 깎아낸다」는 뜻이다.그러니까 滅은 홍수같은 거대한 물이나 불로 여지없이 없애버린다는 뜻을 가지고 있다.멸망(滅亡).멸종(滅種).궤멸(潰滅).불멸(不滅).파멸(破滅)이 있다.
곧 殲滅이라면 모조리 무찔러 없애버린다는 뜻이다.대체로 적이나 도적 따위를 제거할 때 사용하는 말이다.이번의 무장공비 토벌때도 사용됐다.
정석원 한양대 중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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