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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특수의 거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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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중국 경제가 최근 '차이나 쇼크'로 국제적 주목을 받고 있다. 1980년대에는 '10억 인구의 시장'으로 세계가 군침을 삼켰고 90년대에는 '세계의 공장'으로 온세계 원자재를 블랙홀처럼 빨아들이며 '중국 위협론'을 세계에 심었다. 근년들어 '아시아의 성장 엔진'으로 세계 경제의 회복을 견인해 오다 엔진이 과열되면서 경착륙이냐 연착륙이냐를 놓고 세계가 마음을 졸이고 있다.

중국은 지금도 기회의 땅이다. 그러나 기회 못지않게 많은 위험요소가 감춰져 있다. 이번 중국 쇼크가 이를 웅변한다. 중국 경제를 과소 평가해서는 안 되지만 그렇다고 과대 평가해서도 안 된다.

세계에서 세번째로 성공한 유인 우주비행, 세계 최초의 자기(磁氣)부상열차 상용화, 2008년 올림픽과 2010년 상하이(上海) 만국박람회 등 중국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온통 장밋빛이었다. 저임 노동의 '인해전술'에다 외교적 파워, 그리고 화교들의 '차이나 커넥션'까지 가세해 외국인 투자와 첨단 기술을 끌어들이고, 자국에 불리한 통상압력이나 금융 외환분야에서의 국제적 양보를 물리치는 힘까지 갖고 있다.

반면 취약점도 한 둘이 아니다. 국민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1000달러 수준이다. 하루 소득 1달러 미만의 빈곤 인구가 2억명이다. 중국은 '3억/10억'으로 통한다. 연안부의 3억 인구와 내륙의 저개발 빈곤 인구 10억은 경제적으로 거의 딴 나라다. 일본은 중국의 실제 시장규모를 연안부의 상류층 1500만가구를 기준, 4000만명으로 잡는다. 억단위 시장은 환상에 가깝다.

중국은 미국에 소비재 위주 수출로 고성장을 유지하고 있다. 이 대미 수출의 80%는 중국에 진출한 미국 기업들이 미국에 팔 물건을 중국에서 만들어 수출하는 제품이다. 일본은 중국의 산업개발 붐에 불가결한 건설장비와 자동차 부품용 공작기계 등을 수출한다. 따라서 중국의 성장이 지속될수록 미국에 대한 수출 의존도와 일본 기술력에의 의존도는 높아지는 구조적 취약점을 안고 있다. 지난 25년 동안 중국은 거시경제적 기적을 이루어 냈지만 토종 기업이 없다시피하고 국영 기업의 비효율과 금융기관 부실로 경제의 풀뿌리인 미시경제적 기적은 요원한 상태다.

한국의 중국 특수 또한 내용면에서 문제점이 적지 않다. 우리의 최대 수출국이고 전체 무역흑자의 86%를 중국 수출이 점하고, 지난해 수출증가율의 50%(홍콩 포함)를 점하는 등 중국은 한국 경제의 생명선이나 다름없다. 그러나 소비제품 수출은 전체의 12%에 불과하고 88%가 중국 완성품 제조산업에 대한 원부자재 공급이다. 신증설 확장거품이 꺼지면 한국의 타격이 가장 클 수밖에 없다. 공장을 뜯어다 옮기고 별 기술없는 그저 그런 제품들의 수출에 안주한 결과 우리 경제를 중국에 취약한 구조로 만들어 놓은 것이다.

제조업의 공동화가 우리의 성장잠재력을 약화시키고 중국에 대한 투자 및 기술이전이 부메랑 되어 한국에의 역수출로 국내시장을 잠식하는 것도 시간 문제다.

중국은 민주화.시장화에 성공해 패권국에 효과적으로 이의를 제기하는 프랑스 모델을 지향하고 있다. 그러나 중국 경제는 미국과 일본을 떠나 생각하기 어려운 것이 냉엄한 현실이다. 우리 입장에서 의존도 급증에 따른 위험요인을 줄이면서 중국과 동반자적 협력관계의 확대.심화는 두말할 여지가 없다. 다만 '중국 증후군'에 들떠, 또 북한에 대한 영향력만 믿고 미국에 대한 대안(代案)으로 삼으려 한다면 이는 큰 오산이다.

변상근 월간NEXT 편집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