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소리치던 公기업 민영화 다시 흔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5면

8월말까지 새로운 공기업 민영화 방안을 내놓겠다던 정부 방침이 또다시 흔들리고 있다.▶덩치가 큰 가스공사와 한국중공업.담배인삼공사등의 민영화를 보류하되▶그 중간 단계로 전문 경영인 체제를 도입하고▶그래도 최소한의 일정은 제시한다■ 방침아래 2000년까지의 단계적인 민영화 일정을 제시하는 쪽으로 방향이 잡혀가고 있다.
이같은 방향 선회는 어떤 공기업을 대기업이 가져갈 경우 특혜시비가 나올 수 있는데다 대통령 임기말까지 1년여 정도의 시간밖에 없어 제대로 추진하기도 어렵다는 정부 판단 때문이다.내년대선을 앞두고 「정치적 부담」이 될 수도 있는 일은 가급적 저지르지 말자는 계산도 깔려있다.
공기업 민영화문제는 이 정부 초기인 93년 10월 발표됐으나경제력 집중을 막기 위해 대기업의 참여를 배제해야 한다는 원칙론과 실질적인 민영화를 위해 대기업의 참여가 불가피하다는 현실론의 와중에서 지지부진했다.증시를 통한 매각도 물량부담 때문에쉽지 않았다.결국 덩치 큰 공기업의 민영화는 미루자는 쪽으로 가고 있다.
한승수(韓昇洙)경제부총리는 최근 공기업 민영화와 관련,주목할만한 발언을 했다.공기업의 민영화가 바람직하지만 그 중간 단계에서 우선 전문 경영인체제를 도입하는 방안을 강구중이라는 것이다. 정부의 방침 선회는 경쟁력 10% 이상 높이기 추진방안에도 반영돼 있다.공기업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이사회에 민간의 참여를 늘리고▶외부 회계감사제도를 도입하며▶발전소 건설이나공단개발등 공기업이 독차지해온 대형 사업에 민간기업 도 동등한조건으로 참여하도록 하는 경쟁체제를 도입해 공기업의 생산성을 높인다는 것이다.
공기업 민영화는 지난 6월 김영삼(金泳三)대통령이 정부투자기관 사장들과 식사를 하면서 당시 나웅배(羅雄培)부총리에게 지시할 때만 해도 추진에 가속도가 붙는듯 했다.그런데 8.8 개각으로 슬슬 다른 움직임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이석채(李錫采)경제수석은 전임 구본영(具本英)수석이 걸렀던 신(新)공기업 민영화 방안을 원점에서 다시 재검토할 것을 지시했다.지난달말 발표된 내년 정부 예산안만 해도 5천억원의 담배인삼공사 1차 주식매각 대금을 잡아 놓았는데 최근 분위기가 바뀐 것이다.
현 정부의 93년 공기업 경영쇄신방안은 58개 공기업을 민영화한다는 의욕적인 계획이었으나 현재까지 16건만 이뤄졌다.
고현곤.정경민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