팝가수 마이클 잭슨 서울공연을 보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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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2면

「한다」「못한다」로 말도 많았던 팝스타 마이클 잭슨의 서울공연은 필자에게 몇가지 물음을 떠올리게 했다.그것은 『뮤지션과 엔터테이너의 차이는 무엇일까』 혹은 『콘서트와 쇼의 차이는 무엇일까』는 질문이었는데 잭슨의 공연은 이에 대한 가장 분명한 답을 보여주었다.
노래 박자 하나 하나에 맞춰 정확하게 움직여지는 조명,극적인효과를 더해주는 무대장치,고도로 훈련된 댄서들의 군무….이 모든 것이 전해주는 화려함과 웅장한 스케일에 관중은 매료됐을 것이다.그러나 분명한 것은 그 어디에도 음악적 감 동은 없었다는점이다. 이번 공연을 보면서 필자는 몇년전 미국 방문길에 봤던라스베이거스의 화려한 쇼무대를 기억해냈다.특수효과와 무대장치.
음향효과등을 잠실 메인스타디움에 옮겨 라스베이거스의 무대와 착각을 일으킬 만큼 다분히 「쇼」적인 요소가 강했기 때문 이다.
단지 스케일을 좀 키우고,주인공이 마이클 잭슨이고,그의 음악들이 줄거리인 것으로 바뀌었을 뿐….
잭슨은 우주선 캡슐에서의 등장을 시작으로 「잭슨 파이브」시절이후의 인생을 노래하며 꿇어앉아 눈물을 흘리는 「쇼맨십」을 보여주었고,청중의 한 소녀를 이끌고 춤을 췄다.또한 서커스의 한장면처럼 잭슨이 들어간 관을 칼로 관통하고 불 을 질러대는 마술쇼나 대형 천막을 통해 비춰지는 그림자춤도 볼만한 눈요기였다.가장 드라마틱한 장면은 『어스 송』을 부를때 실물 크기의 탱크가 등장하고 그 탱크를 잭슨이 막고 서서 병사에게 한 소녀가꽃을 전하는 장면이었다.하지만 이 것들이 얼마나 효과적으로 반전.환경보호의 메시지를 관중에게 전달했는지는 의문이 남는다.『어스 송』의 탱크는 뮤지컬 『미스 사이공』의 헬기를 생각나게 했고,『스릴러』는 데이비드 카퍼필드식의 마술을 연상케 했다.예컨대 내게 다가온 것은 너무나 잘 포장된 상품의 이미지였다.
필자는 잭슨보다 오히려 이번 공연의 스태프들에게 경의를 표하고 싶다.그들은 특수 무대장치와 훌륭한 조명.음향등으로 극적인효과를 더해 「금세기 최대의 쇼」를 만들어 냈다.
김민영 m.net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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