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병상서 되새긴 주몽과 모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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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지난4월 과로에 의한 뇌혈전으로 쓰러져 우리를 안타깝게 했던세계적인 비디오 아티스트 백남준(白南準)씨가 한국의 신약을 먹고 기적처럼 회복하고 있다.白씨가 병상에서 일어나면서 느낀 단상을 고려대 이용우교수가 입수,정리해 중앙일보에 보내왔다.[편집자註] 나는 지금 신혼 초야를 보낸 신랑처럼 달콤한 피로를 만끽하고 있다.첫날밤을 보낸 신부는 18세의 처녀가 아닌 3천만달러짜리 최신 컴퓨터다.나는 컴퓨터라는 이 여인과 하룻밤 격투해 그녀를 KO 시켰다.77년 이후 숙제였던 『Elec tronic Moon』(전자 달)을 드디어 완성해낸 것이다.최근 세계 30개 도시의 초대전을 전부 받아들여 야심과 야욕의 포로가 된 나 백남준을 하느님은 용서하지 않으셨다.뇌혈전이라는 천벌을 주신 것이다.입원했던 병원에서 미니스커트 를 입은 어여쁜여의사가 『한국인이냐』고 물어 그렇다고 대답했더니 『좋은 수가있다』고 말했다.
한국에서 쿠마딘이란 신약을 제조하고 있는데 24시간 이내에 이를 복용할 수 있으면 나을 수 있다는 것이었다.발병 36시간이내에 아슬아슬하게 이 약을 먹고 순조롭게 쾌유했다.어젯밤에는복잡한 컴퓨터를 조종할 수 있는 능력을 회복했 다.병상에서 나는 고구려의 주몽을 이스라엘의 모세로 바꿔 연상했다.
10만년전 빙하기에 고구려의 어느 인물이 『남쪽에 가라,그리하면 꽃과 태양과 쌀이 있다』고 말하고 눈보라와 혹한 속에서 늑대와 여진족과 싸우면서 남하의 길을 시작했을 것이다.
5천년 걸려 하얼빈에서 대동강에 다다른 것이다.그 민족 대이동의 모세격은 곧 주몽 또는 단군이었으리라.대동강에 이른 고구려인은 다시 철기를 발명해 농경시대를 열고 거기에서 축적된 인력과 부로서 일본까지 진출,일본왕실을 창립했으리라 .유대인의 5천년 달력은 단기 5000년에 흡사하고 서기 2000년은 일본천왕사 2600년에 흡사하다.
비디오 아트란 무엇인가.짧게 말해 그것은 만유인력을 초월해 하중이 없는 미술,즉 순수 인포메이션의 조제물이다.10만년간의긴긴 빙하시대 추위와 굶주림 속에서 이런 예술은 서서히 형성되었다.병상에서 시간이 남다보니 고대 우리역사와 말을 반추하게 됐다.말(馬)과 말(語)은 물(水).무게(重).마루(中心)와 내통하고,입은 「예쁘다」는 감각으로서 맛(味).멋(美)과 내통한다.그러면 김치는 어디서 왔을까.약간 썩여 먹는 발상은 어디서 왔는가.한국인은 왜 질긴가.『진 지 잡수셨습니까.』 왜 먹는 것으로 아침인사를 할까.아마 고비사막에서 오랫동안 방황했었다는 증거이리라.
왜 한국여자는 가정에서,사회에서 생활을 지배했던가.
유대인도 어머니가 유대인이란 증명이 없으면 결코 유대교에 입교할 수 없다.이처럼 우리는 5천년 역사와 모권시대를 유대민족과 공유하고 있다.이제는 주몽을 모세로 만들 때다.세계화를 할때란 말이다.
나에게 신약을 주신 모든 관계자에게 감사드리며 이 작은 글을끝낸다. 96년 9월24일 병상에서 일어나면서 백남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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