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살인 미군身柄 인도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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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검찰이 미군에서 구금하고 있는 동두천 이기순(李基順)씨 살인혐의자 에릭 스티븐 이병의 신병인도를 미군측에 요청한 것은 당연한 일이다.이미 우리 정부는 한.미행정협정 개정협상에서 중대범죄피의자에 대해서는 기소와 동시에 신병인도가 이 뤄지게 협정을 고칠 것을 요구한 바 있다.그런 이상 이번 살인사건과 같은중대사건에 피의자의 신병을 요청하지 않는다면 그것이 도리어 앞뒤가 맞지 않는 부자연스러운 일처리일 것이다.
이제 주목되는 것은 이에 대한 미군당국의 반응이다.현행 한.
미행정협정 규정에 따르더라도 한국측이 미군이나 미군속 피의자의신병인도를 요청할 경우 「호의적 고려」를 하게 돼 있다.따라서현행 협정규정의 정신으로 볼 때도 공식적으로는 처음인 이번 신병인도요청에 응해야 마땅할 것이다.더구나 이 조항 자체가 미군이 주둔하고 있는 다른 어느 나라에서도 찾아 볼 수 없는 불평등조항으로 지적돼 신병인도를 의무화하는 방향으로 개정협상이 진행되고 있는 마당에 신병인도를 거 부한다는 것은 한국과 한국민에 대한 모욕적 처사가 될 것이다.
전통적 한.미 우호가 이런 일로 인해 금이 가고 상처받는 것은 두나라에 모두 이롭지 않은 일이다.견해가 서로 갈릴 수 있을만큼 문제가 복잡하거나 피의사실이 확정안된 상태라면 또 모르겠다.그러나 이번 사건은 그럴 여지가 전혀 없는 것이다.피의자는 미군범죄수사대와 한국경찰에서 각각 범행을 자백했고 한국 경찰과 검찰에서 피의자조사때는 행정협정규정대로 미국대표와 통역인등이 입회했다.구금인도요청을 거부할 어떤 꼬투리도 발견할 수 없는 것이다.구치소의 시설미비도 거 부의 핑계는 될 수 없다.
우리 외국인 수용시설이 행정협정에 규정된 기준을 충족하고 있는것은 미군측이 인정하고 있는 사실이다.
이 사건에 대한 우리 국민의 관심은 매우 높다.잔인했던 살인수법에 대한 분노의 감정은 신병인도가 안될 경우 다시 폭발할 수밖에 없다.미군 당국은 불필요한 반미감정과 외교마찰을 스스로만들어내서는 안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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