탑동리 출현 무장공비 다섯가지 의문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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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8일 강원도평창군진부면탑동리 오대산 지역 재미재에 나타난 공비는 자신의 위치가 탄로날수 있는데도 왜 민간인을 총으로 쏴 살해했을까.
또 어떻게 이곳까지 침투했으며 아직도 군의 포위망안에 있는 것일까. 사살되거나 생포된 공비들과는 다른 「돌발행동」을 보인탑동리 출현 공비잔당의 의문점을 정리한다.
◇민간인을 왜 죽였나=침투 초기 민가에 내려와 음식을 구하거나 지리적 위치를 파악하면서도 살상은 하지 않았던 공비들은 탑동리에서 우연히 마주친 주민들을 총기등으로 살해해 자신들의 위치를 노출했다.
공비는 도피나 장기 은신을 위해 주민들의 옷을 빼앗으려고 이같은 짓을 저질렀을 가능성이 높다.20여일간의 도피생활로 지친데다 점차 날씨가 차가워지자 북으로 도주하거나 인근 도시로 잠입하기 위해 복장이 필요했다는 추정이다.
이같은 분석은 숨진 김용수(45)씨가 상하의 청색작업복이 모두 벗겨진채 살해됐으며 상의가 없어진 점으로 미루어 가능하다.
공비는 8일 오후4시쯤 버섯을 따기위해 산으로 들어온 김용수.이영모씨등이 자신과 마주친뒤 달아나자 총으로 위협해 붙잡고 金씨의 옷을 벗겼으며 이 순간 李씨가 감시소홀을 틈타 달아나자사격을 가해 살해했을 가능성이 높다.
군당국은 북한측의 보복위협으로 미루어 북한의 지령에 따라 민간인들을 무참하게 살해했을 가능성도 있다는 분석을 하고있다.
◇어디로 은신했나=공비는 군의 포위망을 벗어났을 가능성이 높다.탑동리 주민들의 신고로 군수색대가 현지에 투입된 것은 金씨등이 숨진지 만12시간이 훨씬 지난 9일 오전.오대산 일대에 군 포위망이 쳐진 것은 金씨등의 시체가 발견된 이 날 오후 늦게였다. 따라서 총소리로 자신의 위치가 드러난 것으로 판단하고즉시 이 지역을 벗어났다면 공비는 생각보다 멀리 달아났을 것이다.공비는 오대산 깊숙한 곳이나 설악산쪽으로 도주했을 가능성이높다. ◇공비는 몇명인가=아직까지 검거되지 않고있는 잔당 3명중 탑동리에 나타난 공비는 1명일 것으로 추정된다.
10일 주민 피살현장을 살펴본 군경합동신문조의 관계자는 『숨진 金씨와 李씨의 피살상태로 보아 李씨가 도주한 흔적이 있다』며 『달아나는 李씨를 놓칠 것을 우려해 총기를 사용한 점으로 미루어 이곳에 나타난 공비는 1명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어디 있었나=주민 피살현장의 흔적으로 보아 공비는 상당기간진부면의 오대산지역에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피살현장에서는 숨진金씨등이 갖고가지 않은 감자.피망.머루.꿀이 든 잼병등이 발견됐다. 따라서 일찌감치 강릉일원의 포위망을 빠져나온 공비가 탑동리 근처에 은신하면서 민가에서 먹을 것을 훔치기도 했던 것으로 보인다.
◇건봉산에도 갔나=주민들이 살해되기 이틀전까지 고성군 건봉산에서 공비의 무전을 군이 감청한 점으로 미루어 잔당중 최소한 1명은 건봉산지역에 있을 것으로 보인다.건봉산과 탑동리는 직선거리로 80㎞이상 떨어져 아무리 특수훈련을 받았다 하더라도 이틀 사이에 이동할수 없는 거리다.따라서 잔당 3명이 각각 떨어져 행동하고 있거나 최소한 2개조로 분리된 것으로 추정된다.
평창=홍창업.천창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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